(현장에서)필환경 시대, 환경보다 중요한 브랜드 가치?
입력 : 2019-06-06 06:00:00 수정 : 2019-06-06 06:00:00
필환경의 시대다.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은 오래 전부터 강조돼왔지만 최근에는 그 심각성이 심상치 않다. 이미 각종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 오염은 일상화 됐고, 최근엔 불법 폐기물이 방치된 '쓰레기 산'이 논란이다. 유통업계에서도 그 경각심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경영을 필두로 사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각종 배송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있다.
 
이처럼 유통가에서 친환경을 향한 발 빠른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유독 발걸음이 더딘 곳이 있다. 바로 패션업계다. 패션업계어서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는 희소성이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제품이 소비자를 유혹하고,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 패션업체는 이런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세일(No Sale) 전략을 펼친다.
 
문제는 이런 노세일 전략이 환경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품은 재고가 되고, 재고품은 소각되는 게 수순이다. 패션업계의 이 같은 비윤리적인 관행은 앞서 명품업체 '버버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버버리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의류 및 액세서리 등 약 422억원 규모의 재고를 소각한 게 밝혀졌다.
 
국내 다수의 패션업체들 역시 재고 소각을 암암리에 실시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브랜드일수록 재고 소각 비중이 크다. 업계에서는 큰 할인 폭으로 판매한 제품이 시중에 나오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소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의류 해체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업계의 이 같은 우려는 단견에 불과하다. 재고품을 소각하지 않고도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을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이 그 대안이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해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미 다수의 기업에선 이런 업사이클링을 시행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래코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태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루이까또즈'는 폐잠수복을 활용해 클러치백을 선보였다.
 
다수의 패션업체가 이 같은 업사이클링을 시도하지도 않고 소각의 어려움만 논하는 것은 아쉬운 행보다. 무엇보다 제품 소각을 관행으로 치부하는 게 합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브랜드의 가치는 가격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그 브랜드에 내포된 철학에서 온다. 이기적인 정신이 담긴 브랜드에 소비자의 손길이 언제까지 갈지 의문이다. 이미 소비자들의 인식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업체들은 주시해야 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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