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종북빨갱이와 친일매국노
입력 : 2019-07-24 06:00:00 수정 : 2019-07-24 06:00:00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일 폭풍 페북'이 연일 논란이다. 조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3일 외세에 맞선 의병들을 기린 노래 '죽창가'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된 40여건의 글을 올렸다.
 
게시글에는 '매국', '친일파', '쫄지말고 싸워 이기자'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18일 '지금은 최선을 다해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야 할 때'라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을 소개하고 "경제전쟁이 발발했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보수, 좌·우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발언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과거 군사독재세력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 목소리를 짓밟을 때 악용했던 방식이어서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전쟁 중이다. 국민들은 최고사령부(정부)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 정부 정책에 따르면 애국이고, 반대하면 이적행위다. 종북빨갱이'라는 논리구조다. 여기서 북한은 일본으로, 종북빨갱이는 친일매국노로 바꿔도 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 수석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하거나, 민족감정 토로 차원의 문제제기가 아니다"라며 "여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일원이라면 같이 공유하자는 호소"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개인 의견은 막을 수 없다"며 옹호하는 기류다.
 
그러나 '항일'이라는 대의명분을 이유로 정당하고 건전한 정부 비판마저 싸잡아 '이적'으로 몰아가려는 것 아닌지 경계했으면 한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맹목적인 애국은 전체주의 부활의 온상이 될 뿐이다.
 
조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차기 법무부 장관 1순위로 꼽히는 인사다. 권력의 성패를 좌우하는 인사검증과 사정을 다루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런 지위로 미루어 볼 때 국민들은 '개인 의견'이 아닌 청와대의 의견으로 믿을 가능성이 크다.
 
8월 개각이 얼마남지 않았고, 사법개혁과 적폐청산 작업도 만만치 않다. 할 일이 태산이다. 대국민 호소는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이 하면 되지 민정수석이 나설 일이 아니다. 정치권과의 소통은 정무수석이 하면 된다. 대일본 외교는 외교부나 국가안보실이 담당할 일이다.
 
조 수석은 '비서는 입이 없다'라는 정치권 통설을 되새겼으면 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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