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 역대 모든 정부서 청와대 보고"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정치개입 혐의 부인…"관행 처벌하는 건 부당"
입력 : 2019-07-24 16:04:16 수정 : 2019-07-24 16:04:16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박근혜정부에서 20대 총선 등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 측이 "경찰청 정보국에서는 역대 모든 정부에서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통령 통치행위를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 지시나 요구에 따라 정책보고를 해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강 전 청장 측 변호인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범행의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전 청장은 정보경찰조직을 이용해 20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친박근혜)을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하는 등 공무원 선거 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진보교육감 등 대통령·여당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인물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하면서 견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배되는 위법 정보 수집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변호인은 "경찰관 직무 및 소속 직제 규정에 '치안정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정치 등 정책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수집기능을 기재하고 있어 업무 법령 범위가 불명확하다"면서 "이 사건 정책 정보 수집 작성도 경찰청 정보국의 업무범위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정보국 실무자들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정보국 직무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정책자료 등을 작성하지 청장의 지시나 보고에 의해 하는 게 아니다"라며 "보고받은 사실도 없고 일부 사후 비대면 보고 받았다"고 설명했. 그러면서 "수십년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해온 측면에서 관행적인 것들을 문제 삼아 처벌하는 게 타당하냐"고 호소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강 전 청장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전·현직 정보경찰 4명은 출석했다. 강 전 청장과 함께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푸른 수의를 입고 자리했다. 
 
이 전 청장 측 역시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과연 죄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강 전 청장 측 입장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현 전 수석 측은 "검경수사권 갈등에서 시작한 기획 수사"라면서 "경찰과 청와대 연결이라는 큰 그림에 맞춰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으로 몰고가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강 전 청장은 20125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이 전 청장은 20134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재직하며 정치개입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강 전 청장은 2013년 박 정부 첫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이듬해부터 2년간 경찰 수장을 지냈고, 뒤이어 경찰청 차장으로 있던 이 전 청장이 취임했다.
 
검찰은 지난 달 강 전 청장 등과 함께 경찰청 정보국 선거·정치 개입 활동을 주도적으로 기획·실행했다고 지목된 김상운 전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정창배 전 치안감, 박화진 현 경찰청 외사국장 및 이재성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총 8명을 재판에 넘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8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차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강신명 당시 신임 경찰청장에게 계급장을 달아주는 모습. 강 전 청장은 2013년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거쳐 제19대 경찰청장을 지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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