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책금융개편, '사견'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입력 : 2019-09-19 08:00:00 수정 : 2019-09-19 08:37:17
이종용 금융팀장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제기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합병론'이 금융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일 이동걸 회장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작심 발언을 내놨다.
 
이 회장이 정부나 금융위 등과 사전 교감없이 민감한 사안인 '산은-수은 합병설'을 거론한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은성수 전 수은 행장이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나온 파격 발언이기도 하다.
 
민간 출신인 이동걸 회장의 돌발 발언으로 정책금융기관 개편 움직임에 주목되기 시작할때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관료들이 논란 정리에 나섰다. 은성수 위원장은 "이동걸 회장의 사견일 뿐인데 언론에서 논쟁을 일으켜서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직전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산은과 수은은 고유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 회장의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 모두 이 회장의 주장을 정부의 방침이 아닌 하급기관장의 '사견'에 지나지 않는 점을 못박았다.
 
정부는 지금까지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지원체계의 비효율성 해소를 위해 각 정책금융기관 개편을 추진해왔다. 금융위원회 산하 산업은행, 기획재정부 산하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으로 분산된 구조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비효율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대기업 여신을 주로 맡아온 산업은행이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 지원으로 방향을 틀면서 기업은행과 그 역할이 겹치고, 산은과 수은은 '온렌딩 대출' 사업이 중복된다.
 
문재인정부 초기에도 정책금융기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간 상설 협의기구를 구축하는 정책금융체제 개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협의회 차원의 정책금융체제 개편은 유명무실하다.
 
이동걸 회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정책금융 기능 개편의 필요성을 개인 의견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정책금융기관 개편은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조심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산은이나 수은 등 정책금융기관은 국민 세금으로 산업 자금 지원을 담당하는 경제 혈맥이다. 국민 혈세가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효율성을 키워야 한다. 정책금융 기능 중복의 문제점을 공감한다면서도 정책 추진에선 복지부동 자세는 조직 이기주의에 기반한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다.
 
이종용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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