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내년도 남북정상 신년사를 둘러싼 의견들
입력 : 2019-11-07 12:00:07 수정 : 2019-11-07 12:00:07
최한영 정치부 기자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주최 '한반도 비핵·평화프로세스 - 전망과 과제' 포럼 분위기는 어두웠다. 마지막 3세션 <종합토론>은 정도가 더했다. 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 입에서 "말로만 그런 것이지, 지금 북미 정상이 '좋은 관계'가 아니다"거나 "지금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정부가) 돌파의지를 잃고 있다"는 류의 발언이 쏟아졌다. "'하노이 결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욕해야지, 전력을 기울인 문재인 대통령을 욕하는 북한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는 언급도 있었다. 종합토론 사회를 맡은 김기정 연세대 교수의 "통일연구원 토론회인데, 비관적인 의견들만 나오네요"라는 촌평에 참석자들 사이에 잠시 어색한 웃음이 흘렀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이 교수는 토론 말미에 "문 대통령이 (내년도) 신년사를 잘 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주변국으로부터 받는 어려움도 솔직히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임기 후반이 아닌 역사적 관점에서 '기대치 관리(Expectation Management)'를 해야한다"는 제언도 했다.
 
문득 문 대통령의 올해 신년 기자회견 내용이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노력하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경험하고 확인했다"며 "한반도 평화의 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고, 올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기대는 아쉬움, 나아가 실망으로 바뀌는 중이다. 올해 2월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은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확인한 채 돌아섰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 금강산 내 우리 측 시설을 들어내라고 지시하며 남북관계 진전에 별다른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또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금강산 내 시설철거를 김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은 여간해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대남기조 변화를 결정한 것"이라며 "내년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 기조도 이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는 새해 정책대강을 밝히는 국정지표인 동시에 대내통치 및 대외관계 기조를 알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내년도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성과와 함께 한계를 자인하고, 반대로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북경협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류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제언·예측이 현실화될까. 이같은 비관론에 빠지지 않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류의 구호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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