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은행권 '글로벌' 화두 속 일선 행원들의 삶(2)
입력 : 2020-02-16 09:00:00 수정 : 2020-02-22 14:23:58
최한영 금융부 기자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는 행위는 숭고하다. 그 자체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부양해야 할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작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라면서도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버는 것 말고 무슨 도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밥벌이의 지겨움, 나아가 고단함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해외에서는 그 정도가 더할 것이다. 조정래의 소설 <정글만리>에 등장하는 상사맨 전대광도,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도 그랬다. 특히 서하원은 의료사고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은 후 재기를 위해 중국행을 택했다. 중국 도착 첫 날,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그는 한국에 남겨놓고 온 아내와 두 아이를 생각하며 펑펑 울었다.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수도 많아졌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우리의 사장(社長) 직함을 총경리(總經理)로 부른다는 차이를 알지 못했거나, '자기 과시나 공치사는 금물' '중국인들은 항상 짝수를 중요시한다'는 등의 사소한 원칙을 소홀히 하거나,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다 한국으로 돌아온 경우들이 꽤 있다.
 
이같은 어려움과 이따금씩 들려오는 사업장 철수 소식에도 불구하고 기업·기업인들은 계속해서 중국을 두드린다. 작은 내수로 수출만이 살 길인 우리에게 인구 14억 중국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기업과 사업가들의 진출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은행들의 동반 진출도 함께 이뤄진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31일 귀국,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 중이던 교민 366명이 15일 퇴소했다. 이들 중에는 IBK기업은행 중국 우한지점 지점장 등 직원 2명도 포함됐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이들은 당분간 한국에 머물다가 중국 천진 IBK중국법인으로 돌아간 후 사태가 진정되면 우한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가족의 걱정을 뒤로 하고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자신의 밥벌이를 하기 위해 원래 일터로 돌아가는 두 사람을, 나아가 은행들의 글로벌 진출 화두 속 일선에서 뛰는 플레이어들의 도전을 다시금 응원한다.
 
최한영 금융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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