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책대결 실종된 21대 총선
입력 : 2020-02-27 08:00:00 수정 : 2020-02-27 08:00:00
이종용 정치팀장
"당분간 (대면) 인터뷰도 어렵습니다. 다음주까지 고비니까 좀더 지켜보죠"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50여일 남은 현재 지역구 예비후보들의 분위기다. 올 초 당내 경선을 준비할 때만 해도 본인들의 공약을 앞다퉈 설명하겠다던 후보들이 본선을 코앞에 두고 인터뷰 조차 망설이고 있으니 낯설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중앙당으로부터 대면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라는 지침을 받았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전화, 우편을 통한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악수나 인사, 명함을 주고받지 못한다. 그나마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은 소독기를 등에 메고 방역작업을 하러 길거리로 나가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른바 '코로나 블랙홀'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비상상황에 전통적인 선거운동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총선 연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는 각각 야당 심판론,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면 전의를 불태웠으나 기존의 총선 이슈는 모두 코로나19에 묻히고 있다. 올 들어 정관가를 휩쓸었던 법무부·검찰의 검찰개혁 갈등이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의혹 이슈는 뒤로 밀린 상태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정권 심판론'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 심판론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최근까지도 특정지역 혐오성 발언으로 국민의 눈길을 잡으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을 막는 나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데 중국인 입국을 왜 못하는 것이냐",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대구 봉쇄 표현을 쓴 것을 사과하라"는 핵심을 빗나간 지적만 반복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운동을 사실상 중단하고 코로나 사태 총력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20일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으로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했으나, 지역사회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코로나 방역 문제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이번 총선은 사실상 '코로나 선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여당이 코로나 사태에 잘 대응했느냐와 사태 진정 후 관련 경제지표에 따라 평가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총선 민심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면서 여야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여당으로서는 정부와 함께 국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심판론'에서 벗어날 수 없고, 보수 야당 입장에서는 당장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총선 공천 작업이 진행중이지만, 여야당의 지역구 예비후보들은 이미 경선에 돌입했다. 본선 같은 경선을 치른 지역구의 후보들은 상대 진영의 후보와의 대결을 대비해 보다 준비된 공약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선거운동 현장은 코로나19 대응 캠페인장으로 바뀐 상태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국가적 위기 상황인 만큼 정상적인 선거운동은 어렵다. 여야 대선주자급 후보들도 지지자들과 대규모 행사를 가졌다가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바람에 감염 검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만 문제는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20대 국회가 식물국회, 동물국회 등 사상 최악의 평가를 받은 이후, 21대 총선과 다음 국회는 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색해졌다. 이번 선거 역시 정책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논쟁보다는 '정권 심판', '야당 심판'과 같은 자극적인 구호만 넘칠 가능성이 크다. 진영논리에 기반한 구태 정치에 국민들의 환멸감이 극에 달한 이번만큼은 건전한 정책대결이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종용 정치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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