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번에는 '공정경제' 띄운다…배민·카카오T' 겨냥
경기도, 21일·24일 연이어 '플랫폼 공정거래 방안' 논의 예정
업계 "지자체, 플랫폼 사업 '접근법' 잘못…시장 비효율 초래"
입력 : 2020-09-20 07:00:00 수정 : 2020-09-20 0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공정거래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연이어 마련해 공정경제 이슈를 제기하고 나선다. '배달의민족'과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행태에 따른 폐해를 분석해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자체가 시장에 개입하면 되레 비효율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기본대출과 지역화폐에 이어 또 다른 '이재명발 논쟁'이 확산될 전망이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21일 '플랫폼 이용자 피해사례 간담회'를 열고 24일 '플랫폼 시장독점 방지 대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두 행사를 통해 이 지사는 플랫폼 이용 피해사업자 및 사업자단체, 소비자단체 관계자 등과 프리랜서 아웃소싱앱과 중고마켓앱 등의 문제점과 피해보상 방안을 논의한다. 또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실태와 불공정 거래 사례를 분석하고 대안으로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4월1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플랫폼 배달노동자들과 공정한 배달산업 환경조성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이 지사의 행보는 배달앱과 호출앱 시장의 대형 사업자인 배달의민족과 카카오택시를 겨냥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사의 지사로 배달앱과 호출앱 시장의 독과점 실태를 도 차원에서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4일 토론회에서 공정거래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안 마련에도 경기도가 다른 지자체들보다는 한발 앞서 있다. 경기도는 지난 4월부터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독과점을 개선한다면서 자체 공공 배달앱 개발을 완료했고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택시에 대해서는 배차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블루' 운행지역과 비운행지역을 나눈 후 카카오택시 블루가 도입되기 전후 2개월의 매출과 콜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배차 몰아주기 의혹을 살피고 있다"며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배차 몰아주기가 있었다면 이는 전국적으로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 지사의 공정경제 이슈 선점은 그의 정치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이 지사가 2018년 7월 민선 7기 경기도지사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도정 구호로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을 내건 데서부터 비롯됐다는 얘기다. 
 
그즈음부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언택트 확산에 따라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실 산업 발전 속도에 비해 공정한 거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미흡하다고 업계는 줄곧 지적해 왔다. 이에 이 지사가 경제민주화의 기조의 한 갈래로서 지역 이슈와 플랫폼 산업 이슈를 결부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서민 경제와 밀접한 내용을 도정과 연결시켜 화두를 던지고 해법을 모색하려는 행위"라며 "결국에는 공정경제 이슈를 선점해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 지사는 이달 들어 기본대출과 지역화폐를 주제로 논쟁을 촉발했다. 기본대출에 대해서는 금융계와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지역화폐를 두고서는 국책 연구기관과 논쟁을 펼쳤다. 논쟁의 성패를 떠나 이슈 제기 차원에서는 대중으로부터 주목받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사실인 셈이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도 지역화폐 논쟁의 경우 여당 원내대표와 중소상공인들의 지지를 끌어내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대선 경쟁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신중한 행보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8월14일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를 방문해 '카카오택시 블루'에 탑승해 직접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지사의 행보는 최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플랫폼의 독과점에만 초점을 맞추는 흐름과 맞물려 또 하나의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타다 논란'을 겪은 데다 이 지사가 강경파로 분류된 탓에 공정경제 이슈를 띄우려는 그의 행보를 미심쩍게 보고 있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표심에 눈이 멀어 혁신 생태계를 내팽개친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은 사업자가 개입하기 어려운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을 통해 운영되고,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자연스레 수수료와 광고료 시장이 형성됐다"며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보지 않으면서 정부가 낙인을 찍고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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