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택한 LG화학, 시장 1위 굳힌다
투자 계획 줄줄이…신규 자금 확보 위한 선택
개미들은 반발…"배터리 법인 지배력 유지할 것"
입력 : 2020-09-21 06:03:17 수정 : 2020-09-21 07:40:48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 분사 방식으로 물적 분할을 선택하며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선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번 분사가 이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20일 LG화학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12월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인적 분할이 아닌 물적 분할을 선택함에 따라 신설법인은 LG화학의 100% 자회사가 된다. 만약 인적 분할을 했다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지주사 LG 아래 동등한 지위를 가지게 된다.
 
인적 분할 대신 물적 분할을 택한 건 기업공개(IPO)를 통해 신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인적 분할 시 재상장은 할 수 있지만 IPO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아직 IPO 일정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이를 지속해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올해 1~7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면서 수주 물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으로 현재 남아있는 배터리 수주량은 150조원 이상이다.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매년 3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하며 신규 자금을 통한 투자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공장과 설비 증설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LG화학의 2018~2019년 신규 설비 투자 규모는 연간 5조8000억원 수준으로 2015~2017년 1조8000억원보다 3배 늘었다. 올 상반기 투자 규모는 2조129억원이다. LG화학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중국·미국·유럽 배터리 생산공장의 설비를 2018년 말 35GWh에서 올해 말 100GWh로 세 배 가까이 끌어 올릴 계획이다. 내년 말에는 120GWh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후발주자에 밀리지 않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화학의 라이벌인 중국 CATL을 비롯해 일본 파나소닉 또한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ATL은 테슬라와 손잡고 기존 배터리보다 수명을 5~10배가량 늘린 100만마일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이달 23일 열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를 통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2위 CATL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면서 LG화학 또한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현재 리튬-황 배터리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장수명 배터리 등을 개발 중으로 올 상반기 R&D 비용으로 5434억원을 썼다.
 
다만 배터리를 보고 LG화학에 투자한 주주들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적 분할 시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받게 되지만 물적 분할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신설법인이 IPO를 통해 상장하고 새 주주들이 유입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희석될 수 있다. 이 와중에 LG화학이 신설법인 지분을 일부라도 매각하면 보유한 주식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는 물적 분할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을 통해 "IPO를 곧바로 추진하더라도 통상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계획이며 그 수준은 최소 70~8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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