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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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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전문가 긴급진단)윤석열 '적폐수사' 후폭풍…친문 결집에 중도층도 흔들

대학교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 전화 인터뷰…"적폐수사 발언 파장은?"

2022-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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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유근윤·이승재 인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이 대선 막판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이번 논란은 뜻하지 않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은 트라우마를 자극, 민주진보 진영의 대결집을 유도하는 중이다. 중도층에게도 '검찰공화국'의 우려를 낳게 했다는 평가다. 반면 윤 후보는 반문 기치를 더 공고히 내걸며 보수 결집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국민 과반이 넘는 정권교체 여론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정치 전문가 14명에게 긴급진단을 의뢰했다. 이들은 "윤 후보가 보수 결집을 노리다 친문 결집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4일 대학교수와 평론가, 여론조사 전문가 등 14명을 상대로 전화 인터뷰를 실시했다.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이 미칠 파장이 예사롭지 않고, 실제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취재팀은 윤 후보 발언의 의도, 대선에 미칠 여파, 발언 이후 지지율 변화 전망 등을 물었다. 특히 앞으로 미칠 여파에 대해선 7명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3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사실상 제로섬 게임에 돌입했다"면서도 "승패를 결정하는 큰 영향을 안 줄 것"이라고 했다.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 중구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윤 후보 발언의 의도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보수층 구애'를 위한 노림수로 분석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윤 후보가 그 말의 정치적 논란을 몰랐을 리도 없고 우발적 실언이라고 보지도 않는다"며 "소신도 있겠지만, 보수층에서 완전히 집결되지 않은 표를 얻으려고 하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적폐수사 발언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고, 김능구 e윈컴 대표는 "적폐수사를 당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준을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전략적으로 보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한을 풀어주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반면 큰 의미를 두고 한 말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논란을 초래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종훈 평론가는 "(발언 후 윤 후보의 입장을 보면)사전에 전략적으로 기획했다던가 특별히 의도성을 가졌다던가 한 것 같지는 않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당히 좀 도발적인, 전략적으로 구상해서 내놓은 발언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발언 후폭풍으로 이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진단했다. 이명박정부의 정치보복에 정치검찰까지 가세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잃은 친노와 친문, 민주당 지지층을 비롯해 중도층까지 모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 덕에 이 후보가 강성 친문과의 구원을 풀 뜻밖의 호기를 잡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도라고 하는 스윙보터들에게 영향이 클 것"이라며 "선거 구도가 중도를 흡수하는데 굉장히 용이한 상태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양쪽으로 모일 사람들은 거의 다 결집했다. 유독 친문 중에 일부가 집결하지 않았으나 이들은 윤 후보 발언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다수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사장은 "윤 후보의 발언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분노하고 보복에 대한 위기감을 자극해 이 후보 쪽으로의 결집에 큰 효과를 낼 것"이라며 "윤 후보가 상황을 낙관해서 자충수를 뒀다"고 분석했다. 김창남 전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윤 후보의 적극적 지지자들은 적폐수사 발언에 속이 시원하겠지만, 정치보복에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일부 보수 및 중도층에겐 지지 철회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윤 후보 발언이 정권교체 민심을 자극, 국민의힘에 유리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자들이 저마다 결집할 텐데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보다 우세하다"면서 "더 강경한 정권교체를 내세운 윤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위기감을 느껴서 이 후보에게로 모이겠지만, 정권교체를 원하는 지지층은 윤 후보에게 결집할 것"이라며 "결국 청와대까지 개입하고 윤 후보는 한발 빼고 민주당은 정치보복 프레임을 가동하면서 사실상 민생과는 무관한 제로섬 게임이 됐다"고 했다.
 
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시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사법제도와 법집행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같은 맥락에서 향후 지지율 변화도 이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이강윤 소장은 "표심이 이 후보 쪽으로 결집하는 게 조금 더 강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고, 김두수 대표는 "다른 이슈가 추가되지 않는 상황에서 만약 이 문제가 계속 쟁점이 된다면 이 후보 지지율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에게도 '보복' 프레임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래와 통합을 지향하는 대통령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줘서 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종훈 평론가는 "이 후보를 '비토'했던 친노와 친문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이들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유권자에서도 다수가 아니다"라며 "결과적으로는 윤 후보가 살짝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단기간의 지지율로 보면 이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김혜경 갑질 논란' 등의 악재가 상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한민국 선거는 너무나 역동적이어서 현재로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한편 15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2~13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2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다자 대결에서 윤석열(43.2%), 이재명(40.2%), 안철수(8.3%), 심상정(3.0%)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전주 조사와 비교하면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8.1%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오차범위 내까지 줄었다. 적폐수사 발언에 위기감을 느낀 진보진영이 결집을 보인 동시에 검찰공화국과 공포정치, 정치보복 등에 대한 우려가 중도층 표심을 뒤흔든 것으로 보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병호 기자, 유근윤·이승재 인턴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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