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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수습에서 진실규명으로'…민주당, 이태원 참사 기조 전환

정부 인사 잇따른 책임 회피 발언에 태도 변화

2022-11-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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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오른쪽) 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사고 수습에서 진실 규명으로 '이태원 참사' 기조를 전환했다. 사고 후 정쟁 최소화를 선언했지만, 정부 인사들의 책임 회피 발언이 이어지자 태도를 바꿨다.
 
민주당은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납품단가연동제·카카오먹통방지법 등 민생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책 관련 의총인 까닭에 감사원법 개정안, 대장동 특검, 김건희 특검 등 민주당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정치 이슈는 논의에서 빠졌다. 다만 이태원 참사 관련해 이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 후 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를 놓고 이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애초 민주당은 5일까지인 국가 애도 기간를 고려해 최대한 정쟁 자제를 시사했다. 책임론 등 정쟁에만 매달릴 경우 혹시 있을지 모를 후폭풍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사고 직후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분간 불필요한 공개 활동이나 사적 모임은 자제를 촉구하기를 바란다"고 내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랬던 민주당이 이날 다른 스탠스를 취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 대부분을 정부의 부실 대응과 책임 회피를 질타하는 데 할애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수습 노력에 최선의 협조를 다하겠다고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우리 정부 당국자들,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구청장, 시장까지 하는 일이라고는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라며 "제도 부족 때문에 생긴 사고가 아니다. 이것은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가장 중요한 일은, 사태의 수습이 당연히 해야 하지만, 왜 아무 이유 없이 천재지변도 아닌데 내 가족들이, 친지들이, 이웃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며 "당연히 책임 소재를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장인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애도기간을 이달 5일까지 잡아놓기는 했는데, 그 이전에라도 좀 더 (당 차원의)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사고 초점 전환을 시사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정부 인사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 주무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전과 비교할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 "경찰력 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주최자가 없으니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는 책임 면피성 발언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를 위해 출석해 있다. 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이 장관,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겸 차장. (사진=연합뉴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과 박 구청장 등의 발언은 또 한 번 유가족에게 상처 주는 것으로 이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저희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여당에서 뭘 요구할 것인지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 저희는 야당으로서 역할할 것은 제대로 하자,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제대로 챙기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이 처음부터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이날 행안부 업무보고에서 이 장관이 국회에 출석했으나 이전 여야 합의대로 국회의원들의 질의 없이 보고만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장관이 국회에는 출석해서 질의 하나 받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가당키나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여전히 사건을 축소하고 리스크 관리에만 신경써서 최소한의 면피만 하려는 국민의힘도, 또 그 의도대로 의사일정을 이렇게 합의 해준 야당도 문제"라며 민주당에도 책임을 물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민주당 고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애도를 한다고 하는데 진정한 애도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안인데 이번 사안은 정쟁이 아니지 않느냐. 국회의 지나친 몸사림은 제대로 된 사고 규명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야당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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