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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균형감있는 채권가격 찾아내는 게 브로커 역할"

조호제 하나대투증권 채권본부장 인터뷰

2012-07-23 15:29

조회수 : 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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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주식시장에 1물1가(一物一價)의 원칙(1개 상품의 가격은 1개만 존재해야 한다)이 작용한다면 채권시장은 일물다가(一物多價)의 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채권 브로커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조호제 하나대투증권 채권본부장(사진). 그는 20년 가까이 채권시장에 몸담으며 한국 채권시장의 역사를 함께 쓴 산 증인으로 꼽힌다.
 
조 본부장은 채권시장 대응 전략에 있어 하루도 빠짐없이 ‘비상플랜’을 켜 둔다고 한다.
 
한 길만 걸어온 만큼 여유가 묻어날 듯한 그에게 단호함이 뿜어져 나온 이유다.
 
“주식시장의 경우 일시에 매겨지는 삼성전자(005930)(005930) 거래가격은 하나지만 채권은 프라이싱(매매결정)이 여러 가지로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을 균형감 있게 찾아야 하고 물건을 찾는 고객에게 시의 적절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브로커지요.”
 
◇회사채→국고채 중심 이동..채권브로커 ‘태동’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후 서울 여의도 증권사들이 모두 어려웠던 1999년. 회사채 위주였던 채권시장은 점차 국고채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회사채 거래는 당시 유통물 위주로 거래가 됐는데 호가는 100% 유선(전화). 그만큼 오픈되기 힘든 시장이었다.
 
같은 시기 채권 브로커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배타적인 시장이었던 만큼 메이저 증권사 브로커들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10여년이 지난 현재, 채권시장이 거둔 성과는 기대 이상입니다. 금융위기 이전 800조원 수준이었던 채권발행 잔액은 이달 현재 1350조원을 넘어섰죠. 시가 평가된 주식시장이 1000조원을 약간 넘어선 것과도 비교 우위에 있습니다. 특히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시장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요.”
 
회사채가 국채 위주로 넘어가던 시기. 브로커 1세대는 그때 탄생됐다고 한다.
 
“나와 같은 1962년생들이 주류를 형성했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채권시장은 끊임없이  발전해왔습니다. 노동의 질과 노동의 가격이 시장 인기를 대변하는 거라는데 시장이 전문화되면서 노동의 평가와 가치가 같이 상승한 것 아니겠어요.”
 
당시 채권시장 종사자는 주식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다 정부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시장으로 흘러가고 자산운용사 등이 생기면서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채권은 금융시장 '바로미터'
 
지금의 채권시장이 확대·재생산하는 시장이라면 과거 채권시장은 바이 앤 홀드(Buy&Hold) 시장이었다고 조 상무는 설명한다.
 
“과거 채권시장은 홀대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어요. 사놓고 만기까지 가는 시장이었죠. 지금은 자기 자산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창출하느냐에 따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겼어요. 기회비용 창출개념에서 그렇습니다. 국고채를 빌려주기도 하고 현금 대신 쓸 수 있는 시장이 열려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 함수 f의 매개체가 늘어난 겁니다.“
 
금융시장의 모든 금융상품은 금리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채권상품이 금융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조화상품 개발도, 주식과의 관계 수익률도 모두 금리로부터 출발합니다. 또 금리에서 파생되는 시장이 커지면서 저금리시대로 접어들게 됐는데 과거엔 대체상품이 너무 많았습니다. 당시 금리가 8%, 10% 정도였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할 수 없어요. 그러다 저금리시대로 들어오면서 기업들도 직접 조달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이전이 여신을 통한 자금조달이었다면 지금은 자기 금리로 자기 신용을 꾸려 자금조달을 하는 겁니다. 크레딧 마켓 시장이 크게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거죠.”
 
예를 들어 AAA부터 BB-까지 크레딧이 정례화됐다는 점이 그 배경이 됐다. 하나도 없던 민간평가사가 이제 네 개나 된다는 점도 그렇다. 예전에 없던 시장이 발달하면서 시장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고 객관적 균형을 맞추게 됐다. 이런 총체적 분위기는 모두 채권시장를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1999년 대우채 사태를 놓고는 “채권시장을 획기적으로 반전시키고 성장케 한 성장통과도 같은 악몽의 시간과도 같았다“고 조 상무는 평가했다.
 
“아주 많이 힘들었어요. 국채 크레딧으로 여겨지던 대우중공업 3년만기 금리가 28%에 육박할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국채 크레딧은 '컨트리 리스크(국가신용도위험)'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그게 무너진 거죠.”
 
이후로도 어림잡아 다섯 번의 고비는 있었다고 한다. 시장 대응에 있어 늘 ‘비상플랜’을 가동 중인 이유다. 여러 차례 위기에 대응하며 생긴 시장철학에 따른 것이다. 18년에 걸쳐 수차례 위기에 대응하며 생긴 시장철학도 한 몫 더한다.
 
◇채권거래 활성화 위해 동반자 역할 강조
 
채권 브로커 시장은 공부할수록 오묘하다고 조 상무는 말한다.
 
“채권시장 아이큐(IQ)를 2000정도라고 봅니다. 생각해보세요. 인간 아이큐는 200도 채 되지 않는데 맞추기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 매커니즘이 2000인데 인간이 시장 비트 맞추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지요. 게다가 채권시장은 트렌드에 의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없는 곳입니다.”
 
또 주식시장에 비해 희소하고 소수에 의해 다양한 범위를 쥐고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라고 조 본부장은 전했다.
 
“딜러가 운용하는 수익을 내줄 수 있는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정보와 사실에 근거한 것들을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고 운용딜러로 하여금 최고 수익을 거두게끔 하는 서비스가 필요한 거죠.
 
한편 이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9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두고 담합조사를 벌이면서 금융투자업계가 출렁였다.
 
“CD금리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담합은 서로 이해관계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은행이 발행한 CD를 유통하는 게 증권사인데 담합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시장에 민간평가사 금리도 있기 때문에 임의로 CD금리를 내릴 수도 없다. 더구나 발행이 돼야 유통이 되고 금리가 형성되는 것인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은행과 증권사 서로 간의 유불리를 따지자면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조 상무의 부연이다.
 
“CD금리가 강하게 왜곡된 것 아니냐는 데 대해선 시장도 이미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기금리는 내려야하고 장기금리는 올려야하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장단기 금리역전은 언제든 오게 마련인데 현재 3개월 금리가 2.87%, 20년 금리가 3.26%로 0.39%p 차이에 불과합니다. 3개월짜리와 20년짜리 국채 밴드가 0.39%p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 ‘몰려있다‘는 증건데 이런 금리 속에서 시장에 참여하긴 쉽지 않죠.“
 
장단기 금리 차가 좁아지면 자연히 증권사들의 채권운용 수익성은 악화된다. 채권이자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영업실적 전망이 어둡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금리 전망이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2.50%, 1일물 콜금리 2.50% 예상합니다. 정부가 서민 실질소득 증가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그 배경이죠. 내년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다가오는데 상환위기에 앞서 만기 구조를 5년, 10년으로 늘려주는 정책을 쓸 것으로 보고 있어요. 커버드본드 특별법을 통해 은행이 장기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래는 조호제 하나대투증권 채권본부장 약력.
 
-1962년 경남 출생
-중앙고, 부산대
-신한증권 채권부장
-하나증권 채권영업 이사
-(현)하나대투증권 채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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