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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영상)안철수, '철수' 기로…단일화 제안에 윤석열 거절(종합)

"단일화 없다"던 안철수, 또 말 바꿨지만…여론조사 국민경선 퇴짜

2022-02-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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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원격으로 진행한 특별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안 후보 유튜브 채널 갈무리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그간 "단일화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윤 후보는 이를 즉각 거절하고, 안 후보의 백기투항을 압박했다. 안 후보는 또 다시 '철수' 기로에 서며 신뢰를 잃게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며 안 후보를 조롱했다. 
 
안 후보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원격으로 특별기자회견를 열고 윤 후보를 향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함께 싸워 이겼듯이 이번 대선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손잡고 승리하자"면서 "먼저 차기 정부의 국정 비전과 혁신 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을 약속한 뒤 단일후보를 정하자"고 제의했다.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당시 합의한 방식과 문항이 있다. 상식에 기반해 당시 합의 방식을 존중하면 윤 후보 말처럼 짧은 시간 안에 단일화를 매듭지을 수 있다"며 "윤 후보의 진정성 있는 화답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누가 더 미래를 이끌 적임자인지 오롯이 국민 판단에 맡기면 경선은 복잡할 일도, 시간 끌 일도 없다"며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로 결단하며 정권교체 기반을 만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자 등록 신청 시작 날인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갑작스러운 제안 배경에 대해 최근 단일화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국민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완주한다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정말 집요하게 단일화 꼬리표만 붙이려고 하니,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국민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 길을 가는 것이 안철수의 이름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은 구체제 종식과 정권교체라는 두 가지 대의가 있다"며 "하지만 정권교체를 통한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을 통해 미래로 가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권 단일화는 미래로 가기 위한 연대이고 연합이어야 한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비전을 모두 담아내야만 하고 그 결과는 압도적인 승리로 귀결돼야 한다"며 "압도적인 승리는 국민적 명분과 합리적인 단일화 과정을 통해 '이 길이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국민 앞에 보여드릴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당초 이날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하고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앞서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도중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듣고 인근 보건소로 이동해 PCR 검사를 받았다. 후보 등록은 이태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 대리로 마쳤다. 애초 후보 등록 후 방문하려던 부산 일정도 PCR검사 결과 대기로 인해 취소됐다. 국민의당은 14일 예정된 영남권 방문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하겠다"고 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자 등록 신청 시작 날인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교수의 확진을 설명하는 도중 잠시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제 아내는 솔직히 기저질환이 있다. 그런데도 제 선거운동을 하고 의료봉사를 하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며 "생각보다 증세가 좋지 않아서 병원으로 이송 중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는데 남편으로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그저 잘 이겨내길 바란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이후 윤 후보는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를 존중해 야권 통합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안 후보의 조건없는 양보를 압박했다. 사실상 백기투항하라는 의미다. 그는 "안 후보가 밝힌 야권통합 원칙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안 후보가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거로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 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후보와 앙숙인 이준석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글과 함께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예상대로 움직인 안 후보가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 대표는 그간 안 후보의 조건없는 후보직 사퇴와 지지선언만이 단일화의 유일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3석의 의석수와 한 자릿수의 낮은 지지율, 부족한 정치자금 등을 근거로 "안 후보가 놓인 처지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가당치가 않다"며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일축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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