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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턱밑까지 닥친 검찰 칼끝에 문 전 대통령 만나 SOS…"다가온 운명의 시간"

갈라진 당내 친노·친문 연대로 단일대오 구상

2023-01-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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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를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지도부가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경남=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검찰 수사가 이 대표의 턱밑까지 도달한 상황에서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반명(반이재명)계 등이 '당과 개인의 분리 대응'을 촉구하자, 문 전 대통령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이는 친문(친문재인)계와의 연대를 통해 야권 단일대오를 형성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친문 끌어안기에 나선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정치보복’ 프레임을 앞세워 공중전에 나섰다. 
 
이 대표는 부산·울산·경남 경청투어 일정 중 둘째 날인 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머물고 있는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검은 계열의 정장과 네이비 넥타이를 멘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 대변인, 지역위원장 등과 함께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예방하기 위해 사저로 들어섰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을 두고 친문계와의 연대를 도모하려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최측근(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잇따른 구속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가 다양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검찰이 올해부터는 건건이 소환하며 직접 칼날을 겨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검찰은 이 대표 측에 오는 10~12일 사이에 출석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린 이 대표가 택한 것은 '친문 연대'였다. 이 대표를 만난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직접적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지만 당내에 ‘통합’의 메시지를 띄웠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예방에 사저 마당 입구로 마중을 나와 악수를 건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여사도 흰색 저고리에 보라색 한복 치마를 입고 이 대표를 맞았다. 보라는 정치적으로 인권과 통합을 나타내는 상징하는 색이다. 안호영 민주당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의 한시간 반 정도의 예방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함께 공감을 이뤘다”고 전했다. 
 
특히 김 여사는 이날 이 대표에게 ‘평양식 온반’을 대접했다. 평양식 온반은 닭고기와 꿩, 소고기 등을 우려낸 육수를 밥 위에 부어 먹는 국밥의 일종이다. 정치적으로 평양식 온반은 신의를 지니고 화목하게 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을 위해 대북특별사절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북측에 평양식 온반을 대접한 바 있다.  
 
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당지도부가 문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합행보는 친문계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또 이 과정에서 최근 사면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만나 덕담도 주고받았다.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친노(친노무현)계의 핵심이다. 비명계 등이 김 전 지사를 이 대표 이후의 대안적 리더십으로 판단하고 있는 탓에 둘의 만남이 주목을 받았다. 
 
친문계의 시선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문재인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민주당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문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오히려 만시지탄(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깝게 생각함)”이라며 “대통령 또는 당대표, 소위 말해서 주류의 정점에 있는 그런 분들은 늘 포용적이고 통합적이고 확장적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최 전 의원은 “당에서도 친명계 말고 다른 의원들을 보직으로 등용하고 이런 것들이 주류의 정점, 책임선에 있는 대표나 대통령이 해야 할 스타일이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문재인정부에서 비서실에서 일한, 이낙연계의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신년사인)’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고단하고 안보는 불안하다’ 는 대목이 지금 문 전 대통령의 심경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라를)많이 걱정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이번 예방을 통해 “이 대표와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당원들이 분명히 계실 것인데 그 부분까지도 분명히 집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이 대표는 자신의 떳떳함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갑작스럽게 열린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제가 당당하게 출석해서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경남=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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