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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정순신 낙마’의 진짜 문제

2023-03-0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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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낙마 사태는 인사 검증 문제를 넘어 ‘윤석열 수사기관’의 신뢰성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자진 사퇴했습니다. 물론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의 말처럼 ‘연좌제’는 안 될 일입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장용준씨가 음주운전으로 실형을 확정받았지만 장 의원이 계속 의정 생활을 이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녀의 일이라고 치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폭력 행위를 옹호했습니다. 아들 정 씨는 동급생에게 외모를 비하하거나 출신 지역을 차별하는 언어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정 변호사는 아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대신 징계 불복 소송을 내고 “언어 폭력은 맥락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정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인권감독관은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검찰의 인권옹호 역할 확립을 위해 신설됐습니다. 인권감독관은 일반 사건을 배당받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관련 진정 사건을 담당합니다. 피해자 보호 관련 업무는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가해자가 누군지에 따라 인권 기준을 달리했던 정 변호사가 동료 검사들의 수사를 엄정한 잣대로 살폈을지 의문이 듭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아들의 학폭 책임을 소송으로 모면하려던 사람이 검찰 인권감독관이었다니, 국민이 어떻게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나”고 비판했습니다.
 
이번엔 국가수사본부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비대해진 경찰 조직을 수사 경찰과 행정 경찰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경찰권 오남용을 막고 인권옹호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정 변호사가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장을 맡았다면 애초 설립 목적이 흔들렸을 일입니다.
 
공교롭게 정 변호사를 인권 책임자로 임명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이미 5년 전 보도됐지만 대통령실은 익명 보도라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하지만 전직 관계자들은 익명이라도 검찰 고위직이라고 보도된 이상 법무부와 검찰 감찰과에서 모를 리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게다가 학교폭력 문제가 최초 보도된 당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으로, 정 변호사와 한솥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검찰’에 이어 ‘윤석열 경찰’의 수사에서 인권은 중요하지 않은 걸까요. 부실 검증 문제로만 끝나선 안 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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