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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통합과 안정 사이

2023-04-0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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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탕평, 통합, 안정.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내 인적 쇄신을 지시하며 강조한 가치입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계와 비명(비이재명)계 일부를 기용하는 당직 개편을 단행했죠.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이던 당 지도부의 면면이 상대적으로 다양해졌다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크게 없어 보입니다. ‘고르게 인재를 등용한다’는 뜻을 지닌 탕평의 측면에서 보면, 과거와 비교해 그 취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인사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통합과 안정은 어떨까요. 이견이 있습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에 관한 취임 첫 일성을 내놨습니다. 송 최고위원은 “우리가 추구하는 안정이 하던 그대로 일정하거나 변한 것이 없이 평안을 유지하는 것이 아님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통합과 안정과 결을 달리하는 의견을 내놓은 겁니다.
 
민주당이 통합과 안정을 본격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시기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였습니다. 당의 내홍이 크게 심화하던 무렵입니다. 당시 민주당이 내건 통합과 안정의 기치에는 언제나 이 대표가 있었습니다. 이 대표 체제의 유지라는 전제 아래 통합과 안정을 도모한다는 의미였죠.
 
대표적 사례는 조정식 사무총장의 유임이었습니다. 민주당은 “통합도 중요하지만, 안정도 중요하다”며 조 사무총장의 유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사무총장직 교체는 비명계의 1순위 요구였죠. 총선 공천권과 직결되는 자리니까요. 이 대목이 이 대표의 의중이 담긴 공천을 놓지 않겠다는 취지로 비치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조 사무총장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어떤 계파도 만족할 수 없는 통합이자 안정일 겁니다. 사무총장직이 아무리 힘 있는 자리라 한들 그 하나만으로 통합과 안정의 완성도를 온전히 논할 수도 없을 거고요. 당 지도부가 비명계나 친문계의 요구를 다 수용하는 일도 만사형통 해결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당직 개편은 통합과 안정의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 목적일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본질은 이 대표 체제 그 자체에 있습니다. 이 대표 체제가 왜 유지돼야 하는지, 이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운영할지 등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근본적인 의문이 해소돼야 민주당의 통합과 안정도 진전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과 안정, 그 사이의 이 대표와 민주당. 진열을 재정비한 민주당 지도부가 그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에 세간의 시선은 향해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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