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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대법 "기소 사실 모르는 피고인 불출석…다시 재판"

사기 혐의 상고심 2건 파기 환송

2016-06-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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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 기소된 사실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고가 내려져 재판을 다시 받으라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내려졌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유모(8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춘천지법 본원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 사건 특례 규정에 의해 제1심 재판이 진행돼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원심 역시 유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채 재판을 진행해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며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재심 규정에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알지 못했는데, 그 후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곧바로 상소권회복청구를 했다"며 "이에 법원은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해 상고권회복결정을 했으므로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제1심과 원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자신을 포함해 9명의 공유로 등기된 강원 춘천시 남면에 있는 1만8821㎡ 면적의 문중 토지에 대해 이미 자신의 지분에 채권최고액 4000만원 상당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데도 분필등기를 마치면서 이 근저당권을 말소해 양도하겠다고 속여 3명으로부터 계약금 명목으로 총 6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유씨에게는 4회의 동종 전과가 있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않은 점 등 불리한 정상이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만이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유씨의 연령, 성행, 환경, 범죄전력 등 여러 조건을 참작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으나, 공소가 제기된 것을 몰라 1심 재판에 출석하지 못한 남모(62)씨에 대해서도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동부지법에 환송했다.
 
재판부는 "제1심 법원은 남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고, 유씨는 형식적으로 확정된 형 집행으로 검거되자 곧바로 상소권회복청구를 하면서 자신은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 제기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며 "이에 원심법원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하지 못한 것으로 인정해 항소권회복결정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소송행위를 새로 한 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진술과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유씨의 사실오인, 양형부당 주장을 배척하고 제1심판결을 유지했으므로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남씨는 지난 2007년 손모씨에게 "내가 모 그룹의 창업주를 생전에 집사로 모셨다. 그 공로와 보상 차원에서 그룹 비서실의 특별한 배려로 서울 서초구 빌딩 지하 50평을 특혜 분양받았다. 이곳에서 커피숍을 공동으로 경영하자"고 속여 차용금과 투자금 명목으로 총 629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남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고, 2심도 유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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