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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임박' 검찰 구두 브리핑 …법조계 "인권보호 원칙이 우선"

"깜깜이 수사 돼도 알 방법 없어"…국민 알 권리 침해 지적도

2019-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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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구두로 브리핑하는 이른바 '티타임'이 다음 달부터 금지된다. 오보 방지 또는 알 권리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더라도 전문공보관이 공보를 맡는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기존 공보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인권보호의 원칙에 대한 관점에서 새 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다음 달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수사 중에는 혐의사실, 수사 상황을 비롯해 형사사건 내용 일체를 공개할 수 없다.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공개 소환이 금지되고, 출석, 조사, 압수수색, 체포·구속 등 수사 과정에 대한 촬영 등이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포토라인 설치 관행도 전면 폐지된다.
 
또 형사사건의 구두 브리핑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공보자료와 함께 해당 자료 범위 내에서만 구두로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반부패수사부서가 남은 검찰청 중 가장 큰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은 그동안 수사를 지휘하면서 공보를 담당하는 차장검사가 일주일에 1회~2회 티타임을 진행해 왔다. 새 규정대로라면 현재 진행되는 방식의 티타임은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폐지되는 셈이다.
 
법무부가 다음 달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을 시행한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뉴시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외국에서는 재판이 진행될 때 수사기록을 복사해 무슨 혐의인지 알고, 공판을 소개하는 식으로 보도가 이뤄져 공정하게 된다"며 "수사가 진행될 때의 보도는 구체적 혐의를 알 수 없어 양측의 공방이 아니라 검찰의 주장만이 알려질 가능성이 있고, 유죄의 심증을 굳힐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 내용을 흘리는 방식의 보도는 이제 폐지돼야 한다"며 "수사 단계에서 보도가 돼도 공판에서 보도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만약 무죄를 선고받으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주장이 나오므로 공판 과정에서 보도 경쟁이 이뤄지도록 취재 방식과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며 "알 권리는 재판 과정에서도 충분히 충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근 부회장은 "다만 수사 내용에 대해 논란이 많다면 공개 브리핑을 해서 해명할 필요성이 있다"며 "국민적 관심에 따라 특검이 하는 방식처럼 주요 사건이나 공직자 사건은 브리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 전 장관의 수사에서 보듯이 공개 브리핑을 통한 보도가 아닌 언론이 확인하기 어려운 것에 경쟁하듯이 보도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는 "인권보호란 원칙에 따라 우선 시행하고, 보완하면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검찰발 단독 기사의 폐해가 없어지고, 인권보호의 범위 안에서 공식 브리핑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 권리에 우선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 인권보호의 원칙이므로 그 부분은 언론도 원칙을 지키길 바란다"며 "처음에는 불편하더라도 불필요한 취재 경쟁에 내몰릴 필요가 없어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기존 브리핑의 언론 취재에 대한 순기능은 두말할 필요가 있겠나"며 "새 규정 역시 알 권리 충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공보관 제도도 운영하기 나름일 것"이라며 "이 제도 자체가 언론의 위축이나 보도의 축소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무부가 다음 달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을 시행한다. 사진은 대검찰청 청사. 사진/뉴시스
 
최건 대한법조인협회 회장은 새 규정이 알 권리 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의사실을 슬쩍 흘리는 것이 문제지 기존의 공보 방식 자체는 나쁘지 않다"며 "티타임이 피의사실 유출의 통로는 아니지 않나"고 반문했다. 또 "깜깜이 수사가 돼도 알 방법이 없다"며 "수사도 통제가 돼야 하고 언론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데 과연 새 규정이 그런 측면에서 효과적인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서울고법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존 브리핑도 오보를 금지하는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것"이라며 "중계방송을 하다시피 사실상 피의사실 공식적으로 밝히는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기존처럼 하지 않는 전제하에 브리핑도 순기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규정에 포함된 보칙 중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은 사건 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오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언론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법무부는 이 부분에 대해 언론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가 다음 달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을 시행한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의 포토라인.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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