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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법원, '관악구 모자 살인' 남편 무기징역 선고(종합)

"사망 추정 시각, 범행 동기 충분...치밀한 계획 살인"

2020-04-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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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부인과 아들이 살해당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의 피고인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도예가 조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21일 오후 8시56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35분 사이에 서울 관악구에 있는 다세대 주택에서 부인 A씨와 6살이던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행 도구는 물론 흔적이 이례적으로 발견되지 않은 점에 비춰 치밀한 범행이라고 할 수 있다"며 "거의 남지 않은 범행 흔적으로 보면 출입문이 아닌 곳을 통한 침입 가능성은 없고, 출입문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들어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사망 추정 시각의 범위가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함께 있을 때 살해당한 것이므로 범인을 피고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판에 출석한 법의학자 6명은 피해자들의 위장 내용물 확인한 후 공통으로 피해자들이 마지막 식사 후 최대 6시간 이내 사망했고, 그중 3명은 4시간 이내 사망했다고 추정했다"며 "사망 시간이 최종 식사 시간 후 4시간 이내인 것에 의하면 피고인이 빌라에 왔던 9시쯤 이미 피해자들이 식사를 마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조씨가 A씨를 살해할 동기도 충분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A씨는 피고인의 교외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자 생활비 지급을 중단하면서 피고인에게 공방을 지방으로 축소 이전해 생활비를 대는 경제 활동을 요구했고, 피고인은 이를 거부하면서 다퉜다"며 "피해자들이 없어지면 경제적 이익이 돌아오고, 자유로운 교외 활동도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이와 같은 동기에 극단적 성격이 더해져 범행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며 "유족들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피해자 친구들도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공판 진술에서 냉정한 태도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는 유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진행된 조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형 선고와 전자발찌 부착 20년 명령을 요청했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주변 침입 흔적이 없고, 위장 내용물을 통한 사망 추정 시간을 볼 때 조씨가 집에 있을 당시 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인 범행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모자의 위장 내용물로 추정하면 조씨와 함께 있을 때 사건이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조씨는 자신이 집에서 나왔을 때 부인과 아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고 반박하면서 범행을 부인했다. 위장 내용물을 통한 사망 시간 추정은 신뢰하기 어렵다고도 반박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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