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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1심 '무죄' 배드파더스, 항소심서 '유죄'

재판부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공익에 해당 안돼"

2021-12-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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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대표 구본창씨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23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죄가 경미한 경우 일정한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판결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사건의 쟁점은 구씨의 행위가 공익적 활동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확인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는 "사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신상공개 절차도 법원 양육비 지급 서류를 통해서 일관되게 지켜왔고, 그들이 스스로 명예훼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 문제는 공적 관심사안이기는 하나 사인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로, 사적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공개한 신상정보에는 신원을 특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얼굴사진과 직장명까지 포함돼 있다"며 "이런 정보가 공공의 이익을 이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구 대표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배드 파더스의 목적이 공익에 있다고 보고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창열)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온라인에 게재하고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악의적이거나 모욕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 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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