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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적폐청산의 달콤한 유혹…윤석열 사단에 포획되다"

날아간 '개혁의 골든타임' 그리고 '검찰국가'의 탄생

2023-01-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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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정권은 검찰개혁의 실패가 낳은 부산물이다…이들의 정권 장악 시나리오를 불러낸 것은 검찰개혁을 외치면서도 검찰의 달콤한 유혹과 단절하지 못한 '입진보'였다."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왜 교체될 수밖에 없었는가. 검찰개혁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며, '검사' 윤석열은 어떻게 대통령에 당선될 수밖에 없었는가. 
 
몹시 복잡다단한 이 질문들은, 누구나 던지고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명쾌한 대답을 끄집어 내놓은 책이 나왔습니다. <검찰국가의 탄생_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이춘재·서해문집)>
 
책은 문재인 정부의 시작과 종말, 윤석열 정부의 집권까지의 5년을 '사람·시간·민심'을 축으로 속도감 있게 뒤쫓고 있습니다. 숨가쁘게 뜨고 진 역사의 변곡점,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사건의 배후를 샅샅이 뒤져 독자 앞에 '날것' 그대로 펼쳐 놓습니다. 
 
조국의 부상과 몰락, 검사 윤석열의 야망, 추미애의 정권교체론, 문재인의 딜레마… 그동안 잡히지 않았던 사건의 실체들이, 현장에서 그것들과 맨몸으로 부딪힌 작가의 펜 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각 진영의 방어논리로 이것저것 짜깁기 한 여느 분석서와는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직 기자들도 미처 알지 못했던 뒷이야기는 덤.
 
부제는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이지만 책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정권교체의 역사적 인과관계를 통해 '대한민국과 검찰의 관계'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정립돼 있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더 직접적으로는, 검찰개혁을 외치는 정권이 검찰을 입맛대로 이용한 결과가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가를 통렬하게 지적했습니다. 작가는 그 시발점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도그마'라고 진단합니다. 
 
책은 '드라이'하고 간결합니다. 그러나 울림이 있습니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살아 꿈틀대는 방대한 자료에 대한 진지한 검증, '행위자'인 인물들과의 심도 있는 인터뷰가 그 객관성과 중립성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매 페이지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한 작가의 고민과 노력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정권과 검찰, 그리고 그와 필연적으로 공생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겸허한 비판과 반성도 담겼습니다. 작가는 검찰국가의 탄생 과정에서 언론도 종범 내지 공범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작가 이춘재는 '국정농단 사태' 때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한겨레> 법조팀장과 사회부장으로 일했습니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재판 취재를 시작으로 기자 이력 대부분을 법조분야에서 쌓았습니다. 
 
원고는 2022년 12월 마무리됐습니다. 그 무렵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논어에 나오는 '과이불개(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건 더 큰 잘못임을 일깨운다)'를 꼽았습니다. 작가는 이 '과이불개'의 심정으로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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