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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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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엘리베이터야, 어서 돌아와

2024-07-26 17:03

조회수 :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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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고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새롭게 설치되고 있습니다. 70여 세대가 타던 2대의 엘리베이터가 작은 폭발로 인해 손상됐거든요. 때문에 아파트주민들은 강제로 건강해지고 있어요. 최저6층, 최고 23층에 달하는 아파트를 엘리베이터 없이 걸어다녀야하기 때문이지요. 엘리베이터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쇼핑도 금물입니다. 택배를 손수 들고 올라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장기간 집을 비워뒀던 터라, 냉장고도 텅텅 비어있거든요. 모든 식자재를 들고 계단으로 올라갈 생각을 하니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그래도 아파트 층 가운데 가장 낮은 층이라는 점을 위안삼아 봅니다. 
 
아파트 1층에서 화재에 이어 원인모를 폭발로 엘리베이터 문이 찌그러져버렸다.
 
 
궁리해봅니다. 엘리베이터가 완공될 때까지 살아남을 방법을요. 일단 박스로 배달되는 마켓**보다는 종이봉투에 담겨오는 쓱**을 이용해 식료품을 배달시키려고요. (원인모를 폭발로 지하주차장도 망가져서 주차장도 이용할수 없거든요). 아주 최소한의 것들로만 사야겠죠. 택배가 배달되는 시간에 모든 식구들이 백팩을 하나씩 매고 내려가서 백팩에 식료품을 담아 오려고요. 어린이도 예외 없습니다. 최대한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늦게 늦게 퇴근하고 싶지만요. 어린이들의 방학이라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당분간 구두도 못 신겠지요. 삼복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루에 2~3번씩 계단을 오르내리면, 살이 쭉쭉 빠지겠지요.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계단을 오르내리며 평소 보지 못했던 아파트 주민을 만나고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지요. 평소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거의 인사도 하지 않고, 가벼운 목례 정도 주고받는데요. 더운 여름날 계단을 오가면서 만나는 주민은 왠지 동료같고, 친구같고, 가족같습니다. 집이라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 계단을 올라가며 동지의식도 생깁니다. 팔자에 없던 계단 오르기를 하면서 엘리베이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엘리베이터야 어서 돌아와.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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