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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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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선풍기로 버틴 폭염

2024-09-03 06:00

조회수 : 3,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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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만의 폭염으로 기록될 2024년의 여름이 이제야 그 기세가 조금 누그러질 모양입니다. 한낮엔 여전히 덥지만 한밤의 열대야는 꺾였습니다. 이젠 자다가 더워서 깨는 일은 없을 것 같아 안도감이 듭니다.
 
작년 말쯤 거주하던 아파트를 팔고 근처 월세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매도 대금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을 내면서 내년 입주 때까지 살기 위해섭니다. 
 
이사하면서 쓰던 에어컨을 중고로 처분했습니다. 새 아파트에 시스템 에어컨을 옵션으로 넣어서 어차피 내년 입주 전엔 처분해야 하는데, 한 철 더 쓰기 위해 에어컨 이전설치 비용 들이는 대신, 먼저 팔고 이번 여름만 버티자는 심산이었죠. 그랬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폭염을 맞닥뜨린 겁니다.
 
선풍기를 틀어도 땀이 나는 날씨를 온몸으로 겪어내다가 문득 ‘내가 언제부터 에어컨 바람 쐬며 살았나’ ‘태어나 40여년을 어떻게 에어컨 없이 살았을까’ 되짚게 되더군요. 그땐 그냥 그게 당연했는데. 하지만 그게 꼭 당연한 것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올해 폭염이 역대급이었던 만큼 온열질환자 발생 수도 역대급이었다고 합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8월30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 누적인원은 3281명에 달했습니다. 매일 수십 명씩 환자가 발생했던 겁니다. 
 
온열질환자를 연령별로 구분하면 아무래도 고령층이 많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1012명. 비중으론 30.8%에 달했습니다. 그 다음이 19.0%, 623명의 50대입니다. 그러니까 50세 이상이 절반입니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자가 777명, 직업 미상이 551명이고, 발생 장소는 실외가 78.0%, 실내는 22.0%입니다. 이런 수치를 종합적으로 엮어보면, 체력이 달리는 고령자들이 뜨거운 날씨에 밖에 다니다가 혹은 땡볕에서 일하다가 쓰러진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뉴스에서는 바람 드는 창문조차 없는 작은 방에서 홀로 지내는 노인들을 비추곤 합니다. 이들에겐 폭염과 혹한이 견디기 힘든 날씨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됩니다. 
 
사실 이런 분들이 아니라도, 아파트 현장 취재를 할 때면 더운 여름이 너무 고되겠단 생각이 드는 경우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방 한 칸, 두 칸짜리 작은 평형이 많은 구축 아파트에선 여름에 복도식 아파트의 현관문을 활짝 열어둔 집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발코니에 에어컨 실외기가 없는 집들도 제법 있고요. 이런 단지엔 유독 노인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의 올여름은 얼마나 고됐을까요.
 
기록적인 폭염에 전력 사용량도 급증했습니다. 전력 생산량이 사용량을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죠. 주식시장에선 전력기기 관련주들이 급등해 그에 투자한 이들이 환호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에어컨 사용 증가로 늘어난 온실가스는 뜨거운 지구를 더욱 달구겠죠.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발전과 탈탄소 동력이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게 전쟁 때문이든 “친환경은 사기”라는 정치인들의 입김 때문이든, 그로 인한 피해는 폭염과 혹한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갈 것입니다. 모두 다 알면서 모르는 체, 보고서도 못 본 체하는 같아 안타깝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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