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친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경영이나 투자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ESG 소비'입니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호에 기여하거나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른 말로는 '가치 소비'입니다.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 가치 판단을 토대로 제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소비 방식인 것이죠.
최근 ESG 소비는 1980~2000년대 태어난 MZ세대가 이끌고 있습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 특성과 ESG 소비 특성이 딱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국내 MZ세대는 약 1700만명입니다. 국내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합니다. 기업들이 MZ세대를 고려하지 않고 마케팅을 펼치기 힘든 이유입니다. 기업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 경향에 맞는 제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MZ세대는 시장과 산업 트렌드를 바꾸고 있습니다. 도덕성에 문제 있는 제품에는 불매운동을 하고, 기존 브랜드 대안을 추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MZ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제품 브랜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입니다. 기업이 사회문제에 책임감을 보이고 행동해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가 소비 기준이 된 것입니다. 이를 잘 활용한 기업이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기업 '파타고니아'입니다. 1년 중 최고 매출을 내야 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시기에 자사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내는 파타고니아는 '지구에 내는 세금' 명목으로 환경단체를 후원하거나 유기농 목화 등 친환경 소재만 고집하며 MZ 팬덤을 형성해 높은 성장을 이뤘습니다.
MZ세대는 말보다 '행동'을 우선합니다. 진정성과 순수함을 높이 평가하지만, 가식과 표리부동에는 단호합니다. 또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며 불합리하고 비윤리적인 상황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각종 정보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고 디지털 연대를 형성해 집단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다양해지면서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 과감하게 표현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많은 스타 연예인이 ESG에 관심을 두고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MZ세대와 호흡을 함께 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즉, 기업은 '진정성'을 가지고 ESG를 대해야 합니다. 거짓으로 꾸며낸 '그린 워싱'이 밝혀지는 순간 MZ세대는 집단적으로 저항할 것입니다.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성이야말로 ESG 경영의 기본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ESG 친환경 대전'에 전기 스키들로더가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