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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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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비판

2024-08-16 14:22

조회수 :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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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비난은 다릅니다. 비판을 한자로 풀이하면 '비평할 비(批)'에 '판단할 판(判)'으로,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는 뜻입니다. 비난은 '비방할 비(非)'에 '어려울 난(難)'으로,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 나쁘게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익을 위해 비난은 불필요하지만, 비판마저 사라져선 안 됩니다.
 
비판은 주로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사회적으로 내가 잘 보여야 하는 상대에 대해선 잘 비판하지 않습니다. 비판이 있더라도 뒤에서 은밀하게 이뤄집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섭니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선 일본을 향한 비판이 사라졌습니다. 일본 관련 과거사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통일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일본을 언급한 부분은 "작년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다"며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만달러를 기록했다" 뿐이었습니다.
 
"일본은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두 나라 간 관계를 중시했던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태도에서 한 치도 바뀌지 않은 윤 대통령 모습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부끄럽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과거사를 언급했어야 한다"는 등 자성 목소리가 나옵니다.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조차 '이례적'이란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일제강점기 발생한 위안부 성 착취, 강제징용 등을 언급하며 과거사 반성이 없는 일본을 비판해 왔기 때문입니다.
 
비판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상대에 대한 문제점 또는 약점을 드러내야 합니다. 저 역시 '감시견' 역할을 하는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비판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비판했지만, 따라오는 건 고독입니다. 신입기자 시절엔 모 기업을 비판했다가 기사가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4년 차인 지금도 비판 기사가 출고되기 전 취재 단계에서부터 수위를 조절해 달라는 요구를 받곤 합니다.
 
그럼에도 '합리적 비판'은 필요합니다.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문제를 감춰선 안 됩니다.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라고 억지로 우기거나 공격을 위한 공격을 해서도 안 되지만, 비판 없이 관계에만 집착하는 것은 '외교 굴종'이자 '국민 기만'입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직장이든 어떤 관계라도 한 쪽만 일방적으로 비판을 일삼거나 서로 문제를 숨기려고만 한다면 그 관계는 언젠가 더 큰 문제를 가져올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무조건적 비난을 퍼부으며 내 자존감을 올려서도 안 되겠지만, 문제를 알면서도 숨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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