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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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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공개할 수 없는 자료

2024-08-09 09:34

조회수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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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죄송합니다. 그 자료는 저희가 드릴 수 없습니다."
 
최근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중복 보증' 현황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가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수십년간 국정감사 등에서 숱하게 지적받아 온 사항임에도 언론사에는 공개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중복 보증은 중소기업이 대출받기 전 필요한 보증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양쪽에서 다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수 기업에 보증 혜택이 편중되거나 일부 기업에 적정 규모 이상 보증이 지원돼 정책적으로 지원받아야 할 중소기업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 중소기업청(현 중기부)은 머리를 맞대고 '중소기업 금융 지원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개편 방안에는 보증 기관별 기능 특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신보는 일반 창업기업 및 시설자금 지원에, 기보는 기술혁신형 기업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아울러 매년 기관 간 중복 보증 추이를 모니터링하기로 했습니다.
 
매년 모니터링하겠다고 발표한 게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면 마땅히 현황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맞습니다. 어쩔 수 없이 중복 보증이 나가야 하는 사항이라면 기관장이 나서서 정식으로 해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해당 자료는 너무 방대하다"며 "언론사에 공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중복 보증 문제는 해소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가 의심 없이 "그렇군요"라며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지, 언론을 허수아비로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남습니다.
 
비단 신보와 기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기자가 취재하다 보면 이러한 일을 빈번하게 접합니다. 이유는 가지각색입니다. 가령 기업의 경우에는 "사업 전략과 관계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금융 투자 기관은 개인 정보 노출을 우려합니다. 정부 부처는 "저희 부서 소관이 아닙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저희가 알 수는 없습니다" 식의 대답을 줍니다.
 
물론, 기자가 자료를 엉뚱하게 요청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실제로 자료 공개가 이뤄졌을 때 피해 보는 당사자가 있어 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국민 귀와 입을 대신하는 역할이 언론이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최대한 자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자료를 공개한다면, 그것은 뒷걸음질 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만 약을 바르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언론사가 특정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가 밑바탕에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이 피해 보지 않도록 '사전 검증'할 의무가 있어섭니다. 국민 혈세와 직결되는 정부 부처 혹은 정책금융기관부터 자료 공개를 기피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 '투명성' '민주성' 등은 허황된 구호에 그칠 것입니다.
 
대구에 있는 신용보증기금(왼쪽) 본사와 부산에 있는 기술보증기금 본사 전경. (사진=각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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