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잔디밭에서 열린 기후위기시계 이전 제막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 국민의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에 대한 편견이 한 가지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늘 고성만 지르고 싸우기만 한다는 생각입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때도 많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전체를 보다보면 아닐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그랬습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운영위 전체회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게 있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 의원은 "국회가 국민에게는 자원 낭비하지 말고 폐기물 줄이라고 규제하고 부과금 매기고 제재하는데 정작 국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조금도 아끼지 않고 낭비하는 모습을 바꿔보자고 5년 전부터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각 의원들에게 책상 위를 한번 보라고 제안했습니다. 하루 회의를 위해 배부된 인쇄물이 백과사전보다 두껍다는 겁니다. 그리고 해당 인쇄물들이 회의 한번 하고 나면 전부 폐기물 처리로 직행된다는 지적입니다.
심지어는 해당 인쇄물들을 의원들이 보지도 않고, 이미 온라인상으로 제공됐기 때문에 굳이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국회를 돌아보면 이 의원의 지적은 단순히 상임위원회 회의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회 본관 이곳저곳에 아무도 보지 않는 책자들이 무수하게 많습니다. 그리고 그 책자들은 1년이고 방치돼 있기도 합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매달 국회 폐지수거량은 3만2359kg에 달한다고 합니다. A4용지 기준으로는 약 5900만장의 폐지입니다.
얼마 전 국회는 국회 앞 수소충전소 입구에 있던 기후위기 시계를 의사당 앞뜰로 이전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기후위기 시계 이전 제막식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다른 길이 없는 생존의 문제"라며 "국회부터 경각심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기후위기 시계를 국회를 방문하는 기관이나 일반 시민도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의사당 앞으로 옮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존의 문제가 된 기후위기에 대해 국회가 먼저 실천에 나서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 의원의 지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1년 이 의원은 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달라진 게 없는 겁니다.
당시 이 의원은 국회사무처가 마련한 ‘친환경국회 조성 3단계 로드맵’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3단계 로드맵의 중기 실행방안 시점이 2024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달라진 게 있을까요. 지금이라도 국회가 종이 사용량을 줄이고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