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이라는 '외딴섬'에 갇힌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대통령실로 이전한 가장 큰 명분은 소통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이전의 상징이던 '도어스테핑'(약식 질의응답)은 '바이든 날리면' 논란 보도 사건 이후 끊겼습니다. 명확한 명분도 없는 일방통보였습니다.
도어스테핑이 끊긴 후 소통에 대한 문제는 약 2년여 동안 제기돼 왔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날로 심각해지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27일 22대 국회에서 처음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귀를 의심케하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건국절과 뉴라이트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운영위에서는 '대통령도 뉴라이트 아니냐'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통령께서는 뉴라이트라는 의미를 정확히 모를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의 의미를 모르는 거냐"라는 반복된 질문이 나왔지만 김 차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연일 언론에 도배되고 있는 '뉴라이트'에 대해 대통령이 모르는 게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김 차장이 윤 대통령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눈과 귀를 닫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뭔지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인사 책임자인 그가 뉴라이트에 대해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몰랐다 하더라도 이렇게 나라가 들썩이는 데 이제라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웃기는 얘기 아녜요?…이게 요새 정부가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정말 화가 나 가지고. 한심하다 정말. 왜 이렇게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부를 운영하냐"
인사가 만사입니다. 대통령실은 역사·교육 기관에 배치되고 있는 뉴라이트 인사들에 대해 '이념'이 담기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의 현실도 그렇습니까.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일제시대 때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한국) 국적이 있느냐"며 당시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보지 않은 것인지 그를 임명했습니다.
국정 운영 책임자는 윤 대통령입니다. 야당의 비판을 단순히 '불순세력'으로 여기지 말고, 외딴섬에서 이제라도 나오길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