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시즌1부터 8까지 넷플릭스에서 즐겨보는 리얼리티가 시리즈가 있는데요. 바로 '셀링 선셋'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배경으로 엘리트 중개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죠. 오펜하임 그룹이라는 부동산 중개회사에 속한 중개인들이 주택을 중개하는 과정과 내외부 갈등이 스토리의 주요 내용입니다. 누군가의 빌런 짓을 보면 고구마를 먹은 듯 속이 답답하지만 멋진 배경에 초호화 주택을 보면 또 눈이 즐겁습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주택과 인테리어가 있구나' 하고 말이죠.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단어를 접했는데요. '에스크로'였습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법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중립적인 제3자가 부동산거래와 관련된 재산·서류 일체를 거래 대상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 시까지 관리하는 거죠. 구매자는 계약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입금하고 판매자는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에스크로 회사에 전달한 뒤 조건이 모두 충족됐을 때 자금을 판매자에게 넘깁니다. 우리나라도 전세 사기가 증가하며 에스크로 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죠.
한국은 2001년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이후 에스크로 활용 상품이 나오긴 했지만 모두 중단됐고요. 세입자 보호나 사기 예방 측면에서 분명 효과가 있는 제도이나 우리나라 전세 구조 특성상 자기 자금을 가진 경우가 드물죠. 또 임대인의 경우 전세금을 활용하는 게 목적인데 제3기관에 예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 그렇지만 언제까지 '현실성'이라는 이유로 문제를 방치해야 할까요. 안전한 부동산 거래가 가능한 제도나 서비스 보완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호가가 있고 중개인이 가운데서 가격을 조정하는 식이지만 미국은 모든 것을 문서로 하는 '오퍼'가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는데요. 어떤 금액이 시장 상황에서 적절한지 알려주며 오퍼에 대한 조언을 하는 중개인들의 모습이 자주 나왔습니다. 매수자는 계약금, 자금계획, 매수 날짜, 재정 능력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내고 매도인은 여러 매수인 중에 고르는 시스템이죠. 벼락부자가 돼 언젠가 미국에서 오퍼를 넣을 날이 오게 되길 고대 해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