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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hongyeon1224@etomato.com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2024-08-13 17:30

조회수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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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로 터키를 다녀왔습니다. 7일 동안 이스탄불, 카이세리, 카파도키아, 아피온, 안탈리아, 파묵칼레, 에페소, 이즈미르 등 8개 도시를 보는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그간 혼자 자유여행으로 잘 돌아다녔지만 어느 순간부터 알아보는 게 너무 귀찮아지더군요. 동선에 따라서 다음엔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다보면 현재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고요. 또 터키에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 한 번에 다 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패키지가 효율적이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떠났으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나요. 우선 음식이 너무 안 맞았습니다. 한식파인 저에게 터키의 음식은 차린 건 많지만 먹을 게 없었죠. 여행 내내 일 년 동안 먹을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호텔 뷔페에서 모든 음식을 조금씩 퍼서 먹었지만 놀랍게도 입에 맞는 게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공감을 얻고자 어르신들에게 "음식은 입에 잘 맞으세요?"라고 여쭤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안 맞다 나도 힘들다"가 아니라 웬걸 "잘 맞는다. 이런 음식 먹는 거 좋아한다"였습니다. 외로웠습니다. 
 
게다가 대학원 과제 2개와 기말고사 시험이 있어 오롯이 여행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일정이 끝나면 호텔방에서 과제를 하고 시험공부를 하니 놀러온 건지 잠시 놀다 과제를 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가더군요. 마지막날엔 선택관광이 있었지만 과제 마감이 임박해 결국 야간투어도 하지 못했습니다. 고등어 케밥이랑 홍합밥도 먹으면서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말이죠. 또 하루에 한 번씩 호텔이 바뀌니 짐을 싸고 푸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석회질 물이다 보니 피부는 뒤집어지고 머리는 개털이 된 것은 덤입니다.
 
물론 힘든 일만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풍경은 아름다웠고 패키지에 오신 분들은 다정해서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탈피해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았고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여행이 옛날만큼 즐겁지 않더라고요. 해외여행을 가자고 해도 "이미 많이 했다. 집에 있는 게 제일 편하다"는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답답하기만 했는데 그 심정이 뭔지 알 것 같았거든요. 후반부에 갈수록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결국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잖은 돈을 들였으나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이번 여행을 통해 가변성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취향, 행동, 습관, 사고도 당장에 절대적인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것처럼 언젠가 내가 맞다고 여긴 일이나 생각도 다른 시점과 관점에선 아닐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음 여행지는 일단 휴양지로 떠나 정말 여행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건지 다시 한번 검증해 봐야겠습니다. 아직은 돌아온 일상이 좋지만 이마저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떠나고 싶어지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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