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참 바빴습니다. 동해 갔다가 일산 찍고 전주까지 다녀왔습니다. 전주는 예정에 없었는데, 친한 언니를 보러 급하게 일정에 넣었습니다. 마침, 동생도 자취를 하고 있고요.
관광객의 본분을 다하면서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유명한 한옥 마을에 가서 차 한잔하고, 유명 영화제의 고장답게 영화 소품샵도 가고, 무엇보다 전주 초코파이도 한 상자 사 왔습니다. 저녁도 야무지게 먹은 뒤 언니가 술 한잔하자길래 전북대 쪽으로 향했습니다. 전주 사람들은 '북대'나 '구정문 앞'으로 부르더군요.
택시에 타니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기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어디서 왔냐", "뭐 하러 왔냐" 의례적인 질문이 몇 번 오갔습니다. 북대에선 한잔하려고 한다고 답하자 대뜸 "신시가지를 가야지! 요새 아가씨들 또래는 북대에서 안 놀아요"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신시가지는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 조성된 신도심이자 번화가였습니다. 요즘 말로 '핫플'입니다. 지도 어플로 대충 찾아봤는데도 리뷰가 수백 개 있는 술집이 많았습니다. 한옥마을 근처인 객사, 전북대 앞에서 신시가지로 상권이 옮겨갔다고 하더군요.
거긴 상권이 많이 죽어서 놀 것도 없다며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서 신시가지에서 놀으라는 기사님의 말씀을 뒤로하고 전북대로 향했습니다. 개학 하루 전이어서 그런지 젊은 학생들이 꽤 있었습니다. 가게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요. 상권이 죽었다는 건 괜한 소리 같았습니다.
언니와 술자리가 끝나고 근처인 동생 자취방으로 가는 길에 기사님 말씀이 맞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중심 거리에서 한 블록만 나왔는데도 상가 임대 딱지가 붙은 건물이 하나 걸러 하나 나오는 겁니다. 간판 전구가 나가 졸지에 'ㅗ텔'이 된 모텔들만 희미한 불빛을 내뿜었습니다.
원도심 침체는 전주만의 일이 아닙니다. 경기 침체로 원도심 상가가 텅 비어 반값으로 임대하는 데도 공실이 많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원도심도 매력이 많습니다. 전주만 하더라도 객사 근처는 아기자기한 옷 가게가 여럿 있었고요. 전북대는 대학생들이 가기 좋게 안주가 저렴한 술집이 많았습니다. 신(新)자가 붙은 핫플도 좋지만 가끔은 원도심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휴가 때 촬영한 전주 한옥마을의 풍경.(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