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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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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AI로 다 될 것이라는 착각

2024-09-0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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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마트를 찾았습니다. 냉장고에 과일이 똑 떨어졌거든요. 제철과일 쪽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아이가 메론코너로 달려가더니 수박을 고르듯 통통 두드려봅니다. 어떤 게 제일 맛있는지 찾는 과정이라면서요. 동글동글한 메론을 고르려고 보니 'AI로 선별한 머스크 메론'이라는 광고가 눈에 띕니다. 요새는 과일도 AI로 선별을 한다네요. 최초로 선보이는 AI 선별시스템으로요. 눈으로 일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가장 맛있는 당도, 알맞게 익은 과육, 풍부한 과즙을 AI는 속속들이 알 수 있나 봅니다. AI가 선택한 맛이어서 그런지, 메론은 꽤 먹을만했습니다. 하던 대로 몇일 동안 후숙 과정을 거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마트 광고. (사진=뉴스토마토)
 
주변에서 AI란 단어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TV만 틀어도 기업들은 죄다 AI를 내세워 기업 이미지와 제품을 홍보하기 여념이 없습니다. 아이들 만화에도 AI는 악당을 물리치고, 때로는 지구를 구하는 마법과 같은 힘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늬만 AI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AI로 메론맛 감별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과일 당도는 사실 당도 측정기로 측정됩니다. 사과, 배, 복숭아, 참외, 애플망고, 샤인머스캣, 수박, 멜론의 당도를 간편하게 알 수 있죠. AI 칫솔로 광고되는 제품도 비슷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AI가 치아의 위치와 밝기를 파악해 이가 잘 닦였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센서를 통해 감별할 수 있는 것을 AI로 둔갑한 경우라고 입을 모읍니다. 코카콜라가 지난해 인간과 AI가 함께 만든 최초의 한정판 맛이라는 광고를 했지만, 코카콜라 맛은 인간의 입으로 차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AI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AI 기능을 부풀려 말하는 일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과장을 넘어 허위로 AI를 내세우는 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AI가 기술적 도구로서 역할을 넘어 신뢰 체계를 흔들지 못하도록 하려면 기업이나 관계자들의 윤리 의식을 바로 세우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데요. 일반 이용자들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키우는 일 또한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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