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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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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엄한 데 화풀이

2024-08-20 08:29

조회수 :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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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머릿속이 복잡하니 눈앞에 걸리적거리는 사람들에게 괜한 짜증을 낼 수도 있다. 엄한 데 화풀이 하지 말자.'
 
오늘의 운세를 보니, 일진이 별루 좋지 않은가 봅니다. 나의 복잡한 일을 남에게 풀지 말라니, 언뜻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싶으면서도 나의 행동을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더운날 괜한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행동거지를 특별히 조심하다 보니, 생각보다 욱하는 일도 많고, 굳이 화낼 일도 아니었고, 화낼 대상도 아니었는데 싶은 일들이 쌓이더라고요. 가만 보니 어린이집에 다니는 꼬마도 할머니한테 혼난 후 생긴 뾰족한 마음을 제일 만만한 엄마에게 풀고 있더라고요. 엄한 할머니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말이죠. 이 꼬마가 인간세계의 먹이사슬 구조를 일찌감치 깨우치고, 툴툴댈 대상을 구분하고 있다니, 엄한 데 화풀이 하려는 것은 본능적인 감정인가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성숙하지 못한 이들이 표현하는 미숙한 감정 말이에요. 
 
유료방송 이용 화면. (사진=뉴스토마토)
 
나보다 약한 것을 잡고 물어 늘어지려는 것은 생각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비단 인간관계에서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먹이사슬처럼 구조화된 산업 생태계에서도 '엄한데서 화풀이하는' 미숙한 모습은 쉽게 살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홈쇼핑과 케이블TV 간의 관계가 이러합니다. 
 
아직 유료방송 시장에서 힘을 쥐고 있는 IPTV에는 큰소리를 못 내고 있지만, 가입자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며 옛 플랫폼으로 취급받기 일쑤인 케이블TV에게는 송출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정말로 홈쇼핑TV들은 TV를 떼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그동안 커머스 시장을 주도해 올 수 있었던 것은 TV채널이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요. 현재의 위기는 변화없는 홈쇼핑 TV 콘텐츠들이 쿠팡이나 알리, 테무, 네이버쇼핑 등 신세력에 결국은 밀렸다는 신호는 아닌가요. 단순히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현재의 위기가 만들어 낸 것이 맞는지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의 시장에서 가장 약해진 누군가를 향해서만 목소리를 키울 것이 아니라요. 엄한데 낸 화는 결국 돌고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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