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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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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무더위 속에도 입추는 온다

2024-08-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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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익숙지 않은 아이가 자기 전 책을 읽자며 들어 왔습니다. 겉표지엔 아기 토끼가 눈을 맞으며 아기 새와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죠. '겨울이 제일 좋아'라는 책 제목처럼요. 어느 아동도서와 마찬가지로 어른의 눈에서 본 책 내용은 단순했습니다. 겨울새인 아기 새가 추운곳을 찾아 떠나는 동안 봄, 여름, 가을이 지나갔습니다. 주변 나무도, 아기 토끼도 아기 새도 훌쩍 자라났죠. 추운 겨울 훌쩍 성장한 아기 토끼와 아기 새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였습니다. 하품하며 성의 없게 읽어주던 와중 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하네요. "엄마, 나도 매일 땀을 뻘뻘 흘리며 자라고 있지? 형처럼 되고 있지"라고요. 여름이 지나면 자신의 생일이 되고, 생일파티를 하면 한 살 더 많아진다며 쫑알댔습니다. 
 
아이를 보고 있자니, 여름 어느 틈엔가 부쩍 자란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기처럼 하얗던 피부가 여름 햇볕에 그을린 만큼, 여름 과일을 먹고 포동해진 볼 만큼 무더위 속에서 서서히 자랐습니다. 아기 토끼가 여름땀을 흘리며 자란 것처럼요. 
 
입추 가을걷이 시작. (사진=뉴시스)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가 찾아왔습니다. 더위 속에서 나무는 자라며 울창해졌습니다. "더워서 못 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늦은밤 바람은 더운기를 빼냈습니다. 낮동안에는 찜통더위가 여전하지만, 이 더위도 서서히 가시겠죠. 더위를 지나 절기상 계절이 바뀌듯이요. 울창해진 나무들은 계절을 넘어 서늘한 바람을 만들어내겠죠. 
 
무더위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일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항상 그랬듯 산업별로 희비가 갈리는 모습입니다. 영원한 강자가 존재하기 힘든 시국이지만, 국내 미디어 시장은 더 어려워 보입니다. K콘텐츠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글로벌 OTT에 시장 주도권을 내 주었기 때문입니다. 무더위 정중앙 속에 갇힌 모습처럼도 보입니다. 기존 방송 외로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당장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성장을 위해 흘린 땀을 배신하지 않을 걸로 생각됩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아이가 성장을 하고 있고, 나무도 울창해졌듯 말이죠. 그 시간이 지나가면 절기가 변하듯 입추와 같은 시간도 찾아올 것입니다.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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