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최근 대구백화점이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대구백화점 본점과 동구 신천동의 대백아울렛, 동구 신서동의 물류센터를 매각한다고 공고했습니다. 이번 매각 추진은 최근 확대된 손실을 메우기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분석됩니다. 대구백화점의 당기순손실은 2021년 58억원, 2022년 186억원, 2023년 297억원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대구백화점은 동아백화점과 함께 대구 유통업계를 좌지우지했던 기업입니다. 백화점 사업을 비롯해 대구·경북 내 102개 가맹점이 있는 대백마트 체인 사업과 브랜드 사업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대구백화점 본점은 2021년 7월에 폐점했습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대구백화점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대구백화점 본점은 대구 상권 중심지인 동성로 한가운데 자리해 있어 '만남의 장소'로 통했습니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약속 장소에서 친구나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백화점 출입구는 항상 북적였습니다. 바로 앞에 설치된 상설 무대에서 공연이 열리면 활기는 배가 됐습니다.
대구시민들이 백화점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고의 입지와 지역 내 높은 인지도를 갖춘 기업이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유통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대구에서는 2002년 롯데백화점과 2011년 현대백화점이 차례로 문을 열었습니다. '전국구 백화점'이라는 후광과 명품매장 등으로 무장한 백화점에 밀려 대구백화점의 입지는 좁아졌죠.
2016년 대구 동구 동대구역 맞은편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지역 소비지형 또한 변화를 맞았습니다. 동성로 상권 자체가 쇠퇴의 길을 걷게 됐고 코로나19 이후 이는 가속화됐습니다.
향토기업의 몰락은 참으로 씁쓸한 부분입니다. 향토기업 부흥은 지역 경제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지역 시민들이 소비한 재원이 내부에서 순환하기 때문이죠. 그 반대의 경우 내부 재원이 외부로 유출됨에 따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돈이 돌지 않으면 발전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향토기업의 부흥을 외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유통업계만 봐도 이미 대기업, 수도권 중심의 경제 구조가 공고히 된 마당에 이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저 대구백화점의 소식에 어릴 적 자주 찾았던 곳을 회상하며 세태 변화를 실감해 볼 뿐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