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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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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은 하세월, 계산 실수하면 절도범

2024-09-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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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상담원과 연결되는 게 하세월입니다. 일단 ARS 음성 안내가 나오는데요. 1번 2번 3번 4번... 옵션을 주고 각각의 내용에 해당하는 번호를 누르면 홈페이지나 어디에 안내돼있다고 하고 전화가 끊깁니다. 그나마 0번을 눌러 상담원 연결이 가능한 곳은 양반입니다. 사람과 직접 상담하려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상담원 연결 루트를 찾아내야 합니다.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잘못 예약했다는 사실을 출발 하루 전에 알았습니다. 항공사와 항공권을 예약한 여행사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더군요. 다른 루트로 하면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겨우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마저도 앱을 통해서 무언갈 신청해야 했는데, 그외에 궁금한 것들이 있어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기가 어려웠어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핸드폰을 두고 내렸습니다. 내린 지 5분도 되지 않아 알아채곤 다시 돌아갔는데, 보안직원이 둘러보더니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다시 체크인 센터로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여러 시도 끝에 체크인 센터 직원으로부터 분실된 휴대폰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분실물 센터을 거쳐 해당 항공사 유실물 담당 사무실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더니, 이 번호는 외부로 공개돼있지 않으니 연락을 자제해달라는 남성직원의 대답만 돌아왔어요.
 
체크인 센터에서도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하고, 메일로 소통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메일 주소도 종이에 적어줬어요. 새벽비행기를 타고 피곤한 상태였지만 공항에서 희망을 가지고 세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아 일단 집으로 왔지만 여전히 메일은 '안 읽음' 상태였습니다. 다시 해당 항공사의 사무실로 전화를 했는데 이번엔 여성직원이 받았습니다. 습득한 휴대폰이 제 폰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야 저도 대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물으니 겨우 답을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체크인센터에서 메일주소를 잘못 적어줬다는 걸 전화통화를 통해 알았어요. 다시 정정해준 메일 주소로 보내고 나서 또 한참의 시간을 기다려 겨우 핸드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휴대폰을 분실한 것을 깨달은 시간은 3분 남짓이었는데 말이죠.
 
실수를 안 했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살다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무인 계산대에서 셀프계산을 할 때도 실수로 결제를 누락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요새는 이런 실수를 하게 되면 경찰서행입니다. 최근 늘어나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대표적입니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길래 보이스피싱인가했더니, 무인 가게에서 결제를 누락했다는 내용을 전달받고서는 황당했다는 지인의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지난 7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거울을 보다 깜빡하고 계산하지 않은 채 나가는 실수로 검찰에 송치된 A씨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2년 간 이용했던 단골 손님이었는데 4000원을 계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송치된 건데요.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무인가게'를 운영하며 인력을 절감한 업주들이 경찰이라는 공공의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됩니다. 일정 횟수 이상 경찰을 부를 경우 해당 업장은 운영을 지속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폐업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고 하는데, 정확한 사실 확인은 어렵지만 필요한 조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계의 발달과 인건비 축소는 노동력을 감소시켜준다는 측면에서 좋은 일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황당합니다. 노동력 감소가 아니라 제가 직접 계산 노동을 해야하고, 심지어는 실수할 경우 절도범으로 몰리기 까지 하니까요. 비대면이 활발해지면 그에 맞게 콜센터 직원을 늘려 고객응대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콜센터 직원은 비필수적인 인력이라는 인식인 건지 계약직으로 두거나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요. AI챗봇이 활성화하면 고객에게 정말 좋은일이 맞을까요? 지금 수준에서는 기업이 마땅히 제공해야할 서비스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일밖에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내에 위치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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