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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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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모르는 무덤

2024-07-09 17:58

조회수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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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낮은 언덕들이 동산처럼 있습니다. 커다란 무덤입니다. 경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20년 만에 경주를 찾았습니다. 사실 20년만인지도 불확실합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갔는지 기억도 안 나거든요. 첨성대와 불국사, 안압지를 수학여행 때 둘러봤던 어렴풋한 기억만 있습니다. 
 
경주 곳곳에 있는 고분.
 
경주 '황리단길'은 전국의 O리단길처럼 아기자기한 소품샵, 특색있는 먹거리, 감성 카페와 맛집 등이 즐비해있었습니다. 특히 수원사람으로서 행궁동의 '행리단길'이 떠올랐습니다. 문화유산과 현대 가게들이 조화를 이룬 모습 때문이었죠.
 
특히 천마총을 보고 놀랐습니다. 왕족들의 무덤은 묻히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릉(陵), 원(園), 묘(墓)로 구분되는데요. 묻힌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면 릉(陵), 원(園), 묘(墓), 누구의 무덤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규모와 크기로 볼 때, 권력자 또는 사대부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오래된 무덤으로 발굴 과정에서 유물적 가치의 유무에 따라 총(塚), 분(墳)으로 구분합니다. 천마총은 신라 21대 소지왕 혹은 22대 지증왕 중 잠정적으로 지증왕의 능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아직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천마총 입구
 
천마총은 그야말로 역사와 현대 문물의 복합체였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데, 내부에는 에어컨도 나오고 작은 박물관처럼 꾸며놓았습니다. 천마총 발굴 당시의 사진도 남아있는데요. 무덤 단면을 마치 카스테라처럼 층층이 잘라낸 과정들이 기록돼있습니다. 입구에서는 인증샷을 찍고 SNS에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면 키링을 주는 이벤트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무덤인데 입구와 내부 유물 앞에서 브이자를 하고 사진을 찍자니 너무 무엄한 것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키링도 받고 무덤 안팎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천마총 내부 유물
 
왕의 무덤은 주인이 누구인지 불분명해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왕이 거주했던 공간은 물론이고 발걸음까지도 기념비적인 순간이 되는데요. 화성행궁에서는 매년 '화성행차' 행사를 엽니다. 정조가 화성행궁을 방문했을 때 축제 분위기였던 모습을 기록하고 지금까지도 기념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네 삶의 모습 중에 먼 미래에도 기념하고 간직할만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청와대나 국회만 남아있게 될까요? 어쩌면 과거와 달리 고층 빌딩의 콘크리트 벽이 썩지 않아 그대로 남아있을 수도 있겠네요.
 
천마총 내부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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