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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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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냐 월세냐 그것이 문제로다

2024-06-03 15:22

조회수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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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계약만료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연장 의사를 물었습니다. 집을 구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첫 자취라 1년 간 월세로 살다가 전세를 알아보려던 참이었는데요. 막상 기한이 다가오니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직장인이 살만한 서울 대부분의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60만원 선입니다. 물론 더 저렴하거나 비싼 동네도 있겠지만 너무 넓거나 좁지 않고, 교통이 지나치게 좋거나 안 좋은 경우를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관리비를 제외하고 60만원에서 결정되더군요. 어느 동네를 가보더라도 비슷했습니다. 더구나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기피,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월세 가격은 더 오르고 있습니다.
 
매달 월급에서 60만원, 관리비 및 공과금까지 70만원씩 나가니 여간 빠듯한 게 아닙니다. 전세사기로 뒤숭숭해도 전세를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파트가 아닌 빌라, 오피스텔은 매매가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데요. 한 건물을 통채로 임대를 주고 있는 상황엔 더욱 그렇습니다. 거래 내역이 없기 때문입니다. 깡통전세임을 알아도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면 문제 없겠거니, 청년들이 전세를 이용했던 이유입니다.
 
대출이 쉽게 나오는 것도 문제입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세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굥사(HF), SGI서울보증 등 공공기관의 보증 상품 확대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 공급액만 보더라도 지난 2008년에는 3조5000억원에 불과했던 금액이 2022년 54조7000억원까지 폭증했습니다. 전세대출이 쉽게 나오면서 갭투기가 성행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건데요. 부동산 시장 거품을 전세대출이 키우고, 높아진 집값에 다시 청년들이 전세를 찾는 악순환이 생긴 겁니다.
 
이런 탓에 한때는 '역세권 청년주택'이나 '매입임대 주택'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대에 살만한 컨디션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해 '로또'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장기 미분양 매입임대 주택은 "왜 미분양 났는지 알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고요.
 
국내는 공공주택 비율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전체 주택 수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약 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2개국 중 9위에 해당합니다. 주거 선택지는 부족하고, 일자리는 서울에 몰려있는 상황입니다. 청년들의 피눈물로 쌓아올린 부동산 시장 불패 신화의 이면입니다.
 
서울 시내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매물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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