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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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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면 줄줄이 자회사행…산은·기은 개선 노력 '꼴찌'

(11개 정책금융기관 비교검증)(6)지배구조 선진화(G)(하) 자회사 운영현황

2024-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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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지윤·김한결 기자] 정책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려면 모회사 못지 않게 자회사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개별 기관을 규율하는 법률이 존재해 경직되게 운영되는 본사와는 달리, 공공기관의 자회사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맹점으로 자회사에선 임원 선임 절차가 불투명하게 진행되거나 설립 취지와 다르게 회사가 운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특히 정책금융기관 자회사는 국정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감시 및 견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13일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평가대상으로 삼는 11개 기관의 지배구조 건전성을 △자회사 임원 선임 절차 투명성 △설립 취지와 다른 자회사 운영 여부 △자회사와의 소통 노력 등 기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다수의 정책금융기관 자회사가 퇴직 임·직원의 일자리로 빈번하게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금융위원회 소관의 기타공공기관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실태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상황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HMM 매각 실패했지만, 자회사 부사장으로?
 
정책금융기관 자회사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11개 정책금융기관 자회사는 총 213개입니다. 이 중 KDB산업은행의 경우 자회사 개수가 62개에 달해 11개 기관 중 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91개 대비 30%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모펀드(PEF), 투융자회사, 투자조합을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 금융 자회사로는 KDB캐피탈, KDB인프라자산운용, KDB인베스트먼트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자회사들이 모회사 퇴직자의 '자리보전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산업은행의 경우, 최근 안영규 산업은행 전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이 KDB캐피탈 부사장 자리에 내정됐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산업은행에서 HMM(011200) 매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퇴임한 안 부행장이 자회사 임원 자리로 이동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입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최근 5년간 산업은행을 퇴직한 임·직원이 자회사나 출자 회사 등으로 재취업한 사례는 21건입니다. 자회사로 18명이, 출자 회사로 3명이 갔습니다.
 
산업은행 다음으로 자회사를 많이 보유한 기관인 IBK기업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총 41개 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은행은 퇴직 임·직원의 최근 5년간 자회사·출자 회사로 재취업한 건수가 43건으로 산업은행보다 많았습니다. 이 밖에도 한국수출입은행은 7명이,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각각 2명, 5명의 퇴직 임·직원이 5년 사이 자회사나 출자 회사로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직유관단체' 정책금융기관, 공직자윤리법 지켜야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에는 '공직자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및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을 고려해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심사 대상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심사 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 업무와 취업심사 대상기관 간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만 취업이 허용됩니다.
 
현재 민간 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를 제외하고 10개 기관 취업심사 대상자를 명시한 기관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유일합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1조(취업심사 대상자의 범위)에선 '무역보험법 제37조에 따른 한국무역보험공사의 2급 이상 직원'은 취업심사 대상자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산업은행을 포함해 9개 정책금융기관이 공직자윤리법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공직유관단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서는 공직유관단체 임원을 퇴직 이후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임원이란 이사·감사 이상 상근임원을 말합니다.
 
인사혁신처가 올해 6월 고시한 '2024년 하반기 적용 공직유관단체 지정'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공기업, 나머지 9개 기관은 임원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 장이 선임·임명·위촉하거나 그 선임 등을 승인·동의·추천·제청하는 기관·단체로서 공직자윤리법을 지켜야 하는 공직유관단체에 속합니다. 결론적으로 민간 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을 뺀 정책금융기관 10곳 모두 공직자윤리법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공직자윤리법·자체 혁신안, 교묘히 피해간 산업은행
 
(그래픽=뉴스토마토)
 
2015년 산업은행은 퇴직 임·직원의 비금융 자회사 재취업을 제한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에 따른 것입니다. 퇴직 임·직원들이 비금융 자회사 요직을 꿰차는 '도덕적 해이'를 막고자 외부 전문가 등이 포함된 '자회사 관리 위원회'도 꾸렸습니다. 다음 해엔 자체 혁신방안으로 퇴직 임·직원의 구조조정 기업 재취업 전면 금지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산업은행이 채권단으로 참여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떠안은 비금융기업에 대한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을 전면 금지한 것입니다. 퇴직 임·직원의 비금융 출자 회사 재취업도 심의하고자 출자 회사 관리 위원회도 신설했습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공직자윤리법도, 스스로 낸 혁신 방안도 모두 교묘히 피해간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부분 퇴직 임·직원이 금융 자회사 요직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비금융 출자 회사 재취업도 있었습니다. 산업은행에서 리스크 관리 부문을 전담하던 김상수 부행장은 퇴직 2개월 뒤인 지난해 3월 비금융 출자 회사 '한국지엠'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취업했습니다. 한국지엠은 자동차 제조업체로, 2018년 구조조정을 겪은 바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지분 17.0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지분을 2028년까지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은행이 기업구조조정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 1·2대 대표직은 모두 산업은행 퇴직 임원이 꿰찼습니다. 2019년 1월 퇴임한 이대현 전 수석부행장(전무이사)는 퇴임한 지 3달 만에 그 해 신설된 KDB인베스트먼트 초대 대표직에 올랐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성일종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넘겨주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재취업 일자리를 늘린 것은 아닌지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이대현 전 대표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직에 올랐는데요. 1년 뒤 대우건설의 기타비상무이사까지 맡으며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직과 겸임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보유하던 1조3600억원 규모 지분을 KDB인베스트먼트가 받고 꾸준히 매각을 시도해온 출자 회사였습니다. 결국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매각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이대현 전 대표는 대우건설 노조의 '졸속 매각' 비판 속에서 KDB인베스트먼트 대표 임기를 마쳤습니다. 이 대표가 물러난 뒤 2022년 12월 23일 산업은행에서 퇴직한 최대현 전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은 단 5일 만에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직에 올랐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이대현 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최대현 현 KDB인베스트먼트대표는 산업은행에서 전무이사직을 수행했던 상근임원이기에 취업심사 대상자입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유관단체 직원이 퇴직일로부터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는 취업심사 대상기관에 해당합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지엠은 비금융 출자 회사는 맞지만 현재는 구조조정이 끝났기 때문에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대현 전 대표와 최대현 현 대표 둘 다 취업심사 대상자이긴 하나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KDB인베스트먼트를 지난해에 취업심사 대상기관으로 포함됐기에 위법한 사항이 없다"며 "앞으로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이 KDB인베스트먼트로 재취업하는 것은 취업심사가 적용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니까 KDB인베스트먼트가 취업심사 대상기관으로 선정되기 전에 이대현 전 대표와 최대현 현 대표가 취임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산업은행·기업은행, 자회사 운영 개선 'D'
 
(그래픽=뉴스토마토)
 
정책금융기관이 모회사로서 자회사의 지속 가능 경영과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개선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6월 발표한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실태 개선 위한 노력과 성과 평가'를 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종합 'D' 등급을 기록했습니다. 평가 대상이 아닌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제외한 7곳 가운데 꼴찌입니다. 두 은행 모두 자회사의 독립성 보장 및 바람직한 모·자회사 관계 구축 면에서 'D+'로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종합 'C' 등급을 받았습니다. 자회사의 전문적 운영 노력 및 지원 부문은 'D+ '등급을 받았습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9년 자회사 '수은플러스' 불법 설립 논란에 이어 2020년에는 '채용비리'까지 밝혀져 방문규 전 행장이 고개 숙여 사과한 바 있습니다. 반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자회사 'HF파트너스'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다수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징계 요구하는 등 지배구조 건전성 에 힘쓴 것으로 평가돼 'A' 등급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종합 'B' 등급을 받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도 김문환 상임이사가 한국벤처투자 비상임이사까지 맡는 등 모회사가 자회사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교수, 변호사, 노무사 등 해당 평가를 실시한 17인으로 구성된 평가 위원회는 '2023년도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실태 평가 최종 보고서'를 통해 산업은행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모-자회사 노사 공동협의회 설치 및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자회사의 합리적 인사체계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개선이 자회사 근로자들의 실질적 조직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의견을 청취해 반영하는 등의 노력을 추가해 제도 보완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업은행에 관해선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노사 공동협의회 설치·운영과 더불어 "자회사의 안정성 및 공공성 확보를 위해 자회사 설립·위탁 근거를 개별 법령 또는 모기관 정관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근거 없이 자회사 이윤을 배당받거나 적자사업 이관 및 자회사의 흑자사업 회수 등의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국정감사 대상에 정책금융기관 자회사도 포함해야"
 
전문가들은 정책금융기관뿐 아니라 자회사도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시켜 국회와 국민이 이를 감시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변호사)는 "정책금융기관마다 목적에 부합하게 자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국민이 국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자회사의 방만한 운영 등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공개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금융기관 중 특히 은행들은 자회사 실적도 연결 재무제표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연히 자회사까지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자회사가 모회사 퇴직 임·직원들의 자리보전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적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 있는 인물을 사장직에 채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은행의 퇴직 임·직원들이 전문성 검증 없이 비은행 자회사로 재취업하는 것에 제한을 둬야 한다"며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있어 은행만 할 게 아니라 연결 자회사에 대한 성과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모회사-자회사 간 좀 더 객관적이고 신뢰받는 구조를 만들려면 각 정책금융기관 특성을 반영한 지배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모회사 이사회부터 친정부 성향의 감투를 쓴 이들로 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모회사든 자회사든 금융권의 특수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선 국민연금 기금이 보유한 '수탁자 책임위원회(상장 주식과 관려한 주요 사안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처럼, 이사회 말고도 전문성 있는 위원회를 통한 경영진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은행 역할을 하는 산업은행의 임원이 자회사로 내려가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취업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책금융기관의 자회사도 본점과 같은 역할을 하기에 국정감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기관 설립취지와 동떨어진 업무로 입방아에 오르내린 곳도 있었습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산하 캐피탈사들은 2010년대부터 10여 년 가까이 대부업체에 저금리 대출을 내어주고, 서민들에게 고금리 신용대출을 행해, 국회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임지윤·김한결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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