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LG전자가 서울 삼성역과 코엑스 연결 통로에 있는 '디지털 미디어 터널'서 IPS의 우수성을 알리는 영상을 상영한다고 31일 밝혔다. '디지털 미디어 터널'은 LG IPS 사이니지 126대로 제작된 초대형 광고판이다. (사진=LG전자/뉴시스)
역대급 폭염이 덮친 지난 8월은 유난히 지하철로 이동 시 지치고 힘들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특히 한낮 최고 기온이 33~35도를 육박하던 때 강남역, 삼성역 6번 출구, 홍대입구에서 공항철도 방향으로 가는 길은 숨이 턱턱 막혀 코로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숨이 턱 막혀 중간 중간 멈춰서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던 걸 복기해보니 강남역, 삼성역, 홍대입구역 공통점은 모두 사이니지(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가 역사 내는 물론 환승구간, 개찰구로 나가는 방향 등 곳곳에 설치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뜨거운 태양열로 달궈진 역사에 사이니지에서 온종일 뿜어내는 열까지 더해져 저 역들을 지나갈 때마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무덥고 힘겨웠습니다. 한증막을 지나치는 기분이었습니다.
역사에서 사이니지는 출구 방향과 현위치, 출구 500m 내 상점들의 위치와 같은 정보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이니지 앞에 서서 정보를 확인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 지도 앱을 활용하면 되고, 또 사이니지에서는 찾고자하는 상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도 없습니다. 그 정도 정보라면 굳이 전력을 소모하는 사이니지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역 6번 출구 방향 또는 강남역 11번 출구로 나가는 방향에는 엄청난 길이의 사이니지가 벽에 부착돼 열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대개는 상업용 광고가 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한여름 사이니지가 설치된 역사를 지나칠 때면 역사 내 환풍기와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사이니지 열에 힘을 못 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에어컨이 사이니지 앞에서 힘을 못쓰니 더 높은 전력을 끌어모아 쿨파워 냉방을 돌린다 해도 ‘시원하다’고 체감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운 여름철 거대한 사이니지를 노려보다보니, 혹시 사이니지의 득보다 실이 더 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스크린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이니지 설치 확장도 포함됩니다. 사이니지 사업을 키운다는 의지는 LG전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이니지 설치 확충에 따라 발열은 물론 전력 소모도 더 커질 것입니다. 지난 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작년 동기(82.7GW)보다 6.1% 증가한 87.8GW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벽에 설치된, 불필요한 사이니지만 몇 개 걷어내도 전력 감축은 물론, 한여름 에어컨의 온전한 기능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서점에서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도서가 베스트셀러로 등극할 정도로 온종일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을 쳐다보고들 있는 요즘, ‘사이니지’ 필요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