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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계단 생활

2024-08-07 15:47

조회수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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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서요. 무거운, 대량의,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들고, 최소한의 소비 생활을 하고 있어요. 대형마트에서 식품 등을 대량 구매하곤 했는데요. 2~3kg에 달하는 식품을 들고 올라갈 수 없으니 그때그때 먹을 분량만 사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미리 많이 사두고 쟁여두는 스타일이었는데요. 필요할 때마다 식품을 구입하고 있는데 몸이 조금 피곤할 뿐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족관계도 돈독해지고 있습니다. 분리수거를 할 때나 슈퍼에 갈 때 무조건 동행이 필요합니다. 분리수거 시 집안의 어린이들까지 총동원하곤합니다. 고사리 같은 손에 비닐이나 플라스틱 더미를 쥐어주면, 곧잘 따라옵니다. 어린이라 해도 성인 1인에 가까운 몫을 해냅니다. 그 옛날 농경사회 때 아이를 많이 낳아 노동력으로도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거짓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모든 식구가 배낭 하나씩 매고 슈퍼로 향합니다. 무게와 힘을 고려해 식품들을 배분해 배낭에 넣고, 등산하듯 집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릅니다. 가족은 곧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집이 6층(일반 아파트 높이로 약 9~10층으로 추정)이기 때문에 이런 악조건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 20여 층을 오르고 내리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현재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은 고층의 입주민들은 입주하지 않았습니다. 한여름에 오르내리기 살인적인(?) 높이니까요. 덕분에 저층 주민들은 한전이 임시로 건설해놓은 임시전력을 부족함 없이 쓰고 있습니다. (화재로 한전의 임시전력을 쓰고 있는데요. 이것이 72세대가 쓰기에 충분치 않은 량이기 때문입니다.) 살고 있는 층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네요. 높은 층으로 갈수록 더 많은 금액이 적립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에이트쇼'처럼요.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일대에서 열린 '2024 롯데 아쿠아슬론'에서 석촌호수 수영을 마친 참가자들이 롯데월드타워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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