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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과 단단함

2024-07-25 11:12

조회수 :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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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재차 오물풍선을 날려 보낸 24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고등학교 인근 상점 앞에 풍선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쇄물이 흩어져 있다. (사진=뉴시스)
 
노자의 도덕경 76장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유약승강강'.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하고 단단한 것을 이긴다는 뜻입니다.
 
어느 날 눈이 쌓여있는 큰 나뭇가지를 봤는데 무게에 짓눌러 부러져 있었고, 얇은 나뭇가지를 봤을 땐 눈이 쌓이지 않아 부러지지 않은 걸 보고 느낀 바라고 합니다.  
 
'지유치빙지견'.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 지극히 견고한 것을 뚫는다. 노자가 군대와 관련해 이야기한 겁니다. 
 
3000년 전 노자의 말은 지금 우리에게도 관통하는 듯합니다. 남북은 지금 늪에 빠져있습니다. 선후 관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북 전단을 보내자 오물풍선이 돌아왔고, 다시 대북확성기를 틀자 오물풍선이 거듭해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물풍선은 대통령실 청사 일대에도 떨어졌습니다. 북한이 대통령실을 겨냥한 게 아니지만 무인기가 서울 하늘을 뚫었던 순간이 기억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양측 모두 현 상황을 멈출 방법을 모른다는 겁니다. 단순히 '대응 조치'라는 말로 모든 상황을 설명합니다. 우리 정부도 사건의 발단이 된 '대북 전단'에 대해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말로 국민 피해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노자의 말대로 단단함은 부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부드러움입니다. 상황이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유력합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자리는 없습니다. 사실상 북한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건 우리가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뻔합니다. 두 사람의 거래가 우리에게 득이 될 수 없습니다. 협상자가 아닌데 우리가 득을 볼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첫 단추는 한 발 물러서는 것입니다. 오물풍선이 다시 넘어오지 않도록 북한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어봐야 합니다. 윤석열정부가 말하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단단함이 오는 11월 5일이 지나면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늦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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