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개원하고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양일간 이어졌습니다. 먼저 나선 사람은 제1 야당인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였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2년을 평가하면서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나열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다음날 여당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연설자로 나섰습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또다시 언급하며 '방탄정당'이라고 공격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생입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키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도입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틀 동안 두 사람의 연설을 듣는 의원들은 상대방 당을 향해 야유를 보냈고, 자신의 당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박수를 치는 등 기름과 물처럼 여전히 섞이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연설을 하는 순간에도 기싸움을 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니 우리 국회의 선진화는 아직이구나 느껴졌습니다.
앞서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더 참담했습니다. 어떤 보고를 받은 것인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며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눈에는 아우성치는 자영업자, 쓸 돈이 없어서 굳어버린 내수 등은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늘어놓은 자화자찬에 전달력 없이 두리번거리며 종이와 프롬프트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니 실망을 넘어 안타까움마저 들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써준 글을 열심히 외우고 읽는 사람과 여러 사람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또는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의 태도는 매우 다릅니다. 어리석은 사람에게 속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