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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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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등 터진다

2024-08-27 06:00

조회수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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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이 저지른 일로 윗사람이 해를 입게 된다는 뜻의 '고래 싸움의 새우 등 터진다'란 속담이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데요. 환자 가족들은 '아픈 환자들은 새우'라고 자조적인 말로 부르짓습니다. 그러나 의정 갈등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고위당정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다수의 주요 민생 법안이 있지만 이번 회기에 특별히 처리해 주셨으면 하는 많은 법안 중에 간호사법이 있다"며 "(이 법은) 의료 비상시기에 크게 헌신하고 계시는 간호사들께서 좀 더 안심하고 환자 치료와 보호에 전념하실 수 있는데 필수적인 법안"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총리가 언급한 '간호사법'은 지난해 4월 야당이 단독통과시켰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없던 일이 됐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안 통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가당착'입니다. 정부의 이런 기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의료체계에 임시방편으로 간호사를 기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미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사직했고, 응급실 뺑뺑이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경증 환자들은 응급실 이용 시 본인부담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게다가 오는 29일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병원 현장은 계속 나빠지기만 합니다. 
 
결국 아픈 환자들만 손해가 되는 상황인데요. 불과 지난해만 해도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세계 어느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했습니다. 심지어 영국인 유튜버 <영국남자>에서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체험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영국과 비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의사들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과식하지 말고 배탈도 나면 안 된다"고 당부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가 부족하면 "전세기를 띄우겠다"는 황당한 발언을 하며 상황의 심각성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희귀병이 걸린 한 지인이 매일 독한 진통제로 고통을 견디고 있다고 합니다. 4개월 전에 병원에 예약해 둔 검사는 연락조차 오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이러다 많은 사람을 잃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정부는 이제는 자존심 싸움을 멈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정부는 의료체계를 붕괴시킨 빌런 '타노스'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한 환자가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보건의료노조의 선전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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