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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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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안보' 대 '경제'…갈라진 여야 전선

여, '핵무장'에 '여성 군사교육' 주장도…비속어 논란 딛고 전통적 지지층 재결집

2022-10-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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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여야의 대치 전선이 '안보' 대 '경제'로 갈렸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안보를 고리로 전통적 지지층 재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반일' 등 안보 이슈에서 민생경제로 주제를 전환하며 여권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17일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TF)를 출범시키면서 안보 이슈의 전면화에 주력했다. 특위 위원장에는 3성 장군 출신의 한기호 의원을 임명했다. 특히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1976년 북한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미친 개에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발언을 차용하며 강경한 대북 기조를 고수했다.
 
당권주자들 중심으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도 힘을 실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시하며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에 재차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곧바로 김정은정권이 붕괴로 이어질 것을 '힘'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대한민국도 핵을 공유하든지 핵을 가져야만 북한의 도발을 막아낼 수 있다"며 핵무장론을 이어갔다.  
 
(사진=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내에서는 여성의 군사훈련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자체 핵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추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자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경제와 복지 등의 분야와는 달리 안보에 있어서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유승민 전 의원도 "우리도 게임체인저를 가져야만 한다. 힘이 있어야 진정한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며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핵 균형정책으로 돌아서야 할 때"라며 "우리만 낭만적 민족주의에 젖어 비핵화 타령만 하고 있을 때인가"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이렇든 여권은 '안보'로 지지율 반등 등 국면 전환을 꾀하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일성주의자'라는 색깔론부터 남북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9·19 군사합의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주장,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핵무장론까지 강경한 목소리가 분출됐다. 야당의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는 비판에도, 일본까지 포함한 한미일 군사협력도 북한의 위협에 맞설 해법으로 내놨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지난 14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8.3%는 '북한 위협에 대응해 기존 한미 동맹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했다. 41.4%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같은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동반 상승했다. 지난주와 비교해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1.0%포인트 소폭 상승한 30.4%, 국민의힘 지지율은 2.7%포인트 오른 36.6%를 기록했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율은 북한의 위협으로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이에 민감한 60대 이상과 접경지역 민심이 출렁였다. 60대 이상에서 지난주에 비해 지지율이 4.7%포인트, 강원·제주의 경우 13.8%포인트 크게 올랐다. 안보에 민감한 접경지역 강원의 걱정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보수진영의 강세지역인 부산·울산·경남 지지율도 지난주 대비 4.2%포인트 상승했다.
 
이날 공개된 미디어트리뷴·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1%포인트 오른 33.1%로 나타났다. 비속어 논란을 딛고 2주 연속 소폭 상승이다. 지역별로 보면, 보수진영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2.2%포인트 올랐고, 보수층 역시 2.2%포인트 상승했다. 해외 순방 중 있었던 비속어 논란으로 지지율이 휘청거렸던 여권에서는 '안보'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전통적 지지층 재결집을 꾀할 수 있게 됐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생경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7일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낸 후 한동안 반일 이슈화에 나섰던 이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기점으로 민생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15일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재고를 요청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등 미국 조야 인사 20명에게 보낸 사실을 알렸다. 16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부채의 늪에서 금융 약자를 구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지키는 길"이라며 "민주당은 불법사채무효법, 금리폭리방지법, 신속회생추진법 등 '가계부채 3법'을 최우선 과제로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쌀값 정상화 차원에서 정부의 과잉생산된 쌀 매입을 의무화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도 서두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가 역량이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소진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민생경제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민생 해결과 국가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를 정권 차원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민생에는 협력하는 대안 야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보는 어떤 이유로도 악용되어선 안 된다"며 여권의 안보 공세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민주당의 민생경제 행보는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등으로 촉발된 여야 대치 상황에서도 제1야당으로 민생경제를 챙기면서 윤석열정부의 무능을 간접적으로 부각하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권과 마찬가지로 안보 이슈화에만 매달리면, 자칫 윤 대통령의 그간 실정이 가려져 북한 문제만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현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안보에, 민주당은 민생경제에 집중하는 것은 여야 이해관계 측면에서 봤을 때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한 도발이 이어지면서 여권은 아무래도 안보 심리 등 북한 이슈를 부각해서 난국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여야 모두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민생을 강조하면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번에 카카오 사태가 터져서 자영업자라든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카카오 때문이라도 민생 쪽으로 이슈가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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