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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영상)이상민 해임건의안 밀어붙인 민주당…내부선 전략실패론 불거졌다

당내서도 '재숙의' 권고에 당론 추인 보류되기도…"당 지도부, 왜 성급한가"

2022-12-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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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받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단일대오를 형성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모습과 달리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당 지도부가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여론부터 조성했어야 하는데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당 지도부가 전략에 실패하면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 끌려다니게 됐다는 불만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국회는 재적 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찬성해 의결했다. 
 
당내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를 두고 ‘성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당내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12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먼저 들고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먼저 하고 그 뒤에 여론이 무르익으면 여론을 바탕으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켜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지 않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가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이 장관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데는 동의하지만 전략적으로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달 3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고 방향을 잡았다. 당시 대형 인명 피해 속 국정조사에 참여하기 꺼리던 국민의힘에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런 상황을 감안, “범위나 시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 긴급 현안질의 상황 등을 고려해 수용 여부와 시기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국정조사 참여 거부를 표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되레 ‘국정조사 참여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반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던 차였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며 ‘절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당내 불협화음도 포착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9일 정의당과 기본소득당과 손잡고 181명이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를 여당을 포위, 압박하는 모양새도 취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자 민주당은 지난달 24일에 열리는 본회의까지 참여를 거부한다면 ‘야 3당 단독’으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겠다고 재차 압박했다. 지난달 11일 발표한 뉴스토마토 여론조사(11월8일~9일 18세 이상 성인 1058명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6.4%가 국정조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할 만큼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한 주가 지난 18일에 발표된 뉴스토마토 여론조사(11월14일~16일 18세 이상 성인 1000명 대상 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5.1%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동참해야 한다고 응답해 여론의 압박도 세졌다. 국민의힘은 결국 그달 23일 ‘선 예산안 통과 후 국정조사’를 조건으로 국정조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국정조사 추진을 통한 진상규명에 힘을 쏟던 민주당의 속도가 돌연 빨라진 것은 지난달 25일부터다. 박 원내대표는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다음주 월요일(28일)까지 이 장관의 파면에 대한 분명한 조치를 내놓으라”며 “윤 대통령이 이때까지 끝내 국민의 뜻을 거역한다면 국회가 직접 나서서 참사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선포했다.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었다. 또 최종적 판단 시한을 그달 30일로 못박으면서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대통령실이 관련 움직임이 없자,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했다. 또 해임건의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정치권의 시선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와 대통령의 거부, 탄핵소추안 검토로 쏠리면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내는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해임건의안 당론 추인을 위해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당 의원들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당시 당내 상황을 종합하면 당 의원들은 해임건의안 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데 있어 당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재숙의해 결정하라는 시그널을 줬다고 한다. 이 장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책임에는 동의하지만 일의 순서를 재정립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따라 해임건의안 당론 채택도 일단 보류됐다. 특히 탄핵소추안을 먼저 언급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헌법재판소가 위법 사항을 따져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민주당의 주장과 다른 결론이 나올 경우 정치적 역풍까지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친문계의 한 의원은 “탄핵소추는 여론도 무르익어야 하는 것이라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있어서 대다수 의원들이 다시 검토해보자고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탄핵소추안까지 들고 나왔던 박 원내대표는 결국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명분삼아 국정조사 전면 보이콧까지 시사했다. 민주당이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자, 국민의힘은 곧장 국정조사 특위 전원 사퇴로 맞섰다. 당내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전략적 실패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정무적 판단에 미스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에게 사퇴할 명분만 준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현했다.  
 
게다가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국정조사가 예산안과 연계되면서 당의 전략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당의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는데, 국민의힘은 이미 압박용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 협상 카드가 될 수 없었다”며 “이렇게 협상을 미진하게 끌고 가면서 1월 임시국회를 열게 되니,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오해만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문의 김종민 의원도 이재명 방탄용 비판을 의식한 듯 12일 오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대변인이나 옆에 있는 의원들이 나서서 무죄라고 하면 '정치적으로 옹호하는 것'이라고 느껴서 더 마이너스”라고 주장했다. 반면,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비리를 저질렀다는 확실한 물증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을 바탕으로 발언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올바르지 않다”고 김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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