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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서울시 교육 예산 '역대급 삭감', 학생은 안중에 없는 '조희연 발목 잡기'

국힘 황철규 "조희연 교육감, '디벗'으로 학부모 표 사"

2022-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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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면밀한 정책적 고려 없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반감으로 서울시교육청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회의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조 교육감의 총선 출마를 겨냥해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조 교육감이 학생·학부모를 실험용 생쥐로 취급한다" 등의 수위 높은 비난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서울시의회 예결위는 지난 6일 제315회 정례회 제3차 회의를 열고 서울시교육청 예산 12조3227억 원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원안 대비 5688억원 깎인 금액이다. 앞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학교기본운영비 1829억 원, 전자칠판 설치 확대 예산 1509억 원, 디지털 기반 학생 맞춤형 교수 학습 지원 사업(디벗) 예산 923억 원 등을 삭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울시교육청의 주요 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황철규 의원은 '디벗' 사업을 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 최승복 기획조정실장과 고효선 교육정책국장을 상대로 '디벗' 사업과 관련한 여러 질의를 하던 중 서울시교육청이 적립하고 있는 각종 기금이 조 교육감의 오는 2024년 총선 출마를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황 의원은 고 국장을 상대로 한 질의 중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 환경과 디지털 역량을 향상시킨다고 했지만 저는 (조 교육감이) 디벗으로 학부모들 표를 사신 것 같다"며 "디벗 사업은 조 교육감의 선심성 포퓰리즘이 담긴 퍼주기 역점 사업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오는 2024년도에 (디벗을) 활발하게 공급할텐데 2024년에 총선이 있다. 그것을 모르느냐"고 했다.
 
고 국장이 "학생들에게 수업 도구로 연필과 책, 교과서를 주는데 그걸 총선이랑 연결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총선과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황 의원은 "저는 서울시교육청이 차곡차곡 기금을 쌓아두는 이유가 총선을 겨냥해서 모아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1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디벗 사업 등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게 아닌데 조 교육감이 선심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그래서 조 교육감이 지금까지 쌓은 서울시교육청 기금을 활용한 선심성 사업으로 치적을 쌓은 뒤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이미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8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총선과 같은 정치적인 선택을 꿈도 꾸지 않고 있다"면서 "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닌 학자 스타일"이라고 총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디벗' 사업 등과 같은 정책으로 서울 학생과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 교육감이 학생·학부모를 실험용 생쥐로 취급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조 교육감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 학생·학부모를 실험용 생쥐처럼 이용한다는 것"이라며 "모든 게 급진적이고 성급하다. 초·중·고 교육은 너무나 중요한 만큼 검증된 교육을 해야 하는데 조 교육감은 3선을 하면서 모든 게 실험적"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우리 학생·학부모들을 실험용 생쥐 취급하면서 거기에 따른 설익은, 준비되지 않은 정책 때문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 학부모들이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정책 사업 검증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적 성향 차이를 이유로 서울시교육청 예산을 삭감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황 의원과 이 의원이 직접 비판한 사업은 '디벗' 사업이지만 삭감된 서울시교육청 예산 중에는 '학교기본운영비' 1829억 원이 포함돼있다. '학교기본운영비'는 각 학교의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운영하는 비용으로 공공요금 및 물가 인상 등에 따라 필수적으로 증액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학교기본운영비'를 비롯한 서울시교육청의 주요 사업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이렇다 할 설명을 못하고 있다. 황 의원 등의 발언에서 드러난 '반 조희연'이라는 공감대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 폭넓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의회 의원 112명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은 총 76명으로 전체 인원의 3분의 2를 넘는다. 예결위에 삭감된 예산안을 넘긴 교육위원회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9명으로 총 13명 중 과반을 훨씬 넘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교육 예산을 정치적으로 판단해 학교 현장에 꼭 필요한 예산까지 삭감했다"며 "디벗 사업과 전자칠판 확대 사업은 선심성 사업이 아니라 디지털 교육 전환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교원단체 관계자도 "디벗 사업이나 전자칠판 사업 같은 경우 지난해부터 시작해 이제 2년 동안 시행됐다"면서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벌써 해당 사업을 좌초시킨다면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이 낭비되는 건 물론이고 학교 현장에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16일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교육청의 삭감된 예산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6일 열린 제315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제3차 회의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조 교육감의 총선 출마를 겨냥해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조 교육감이 학생·학부모를 실험용 생쥐로 취급한다" 등의 비난 발언을 했다. 사진은 이날 예결위 회의 당시 황철규 의원이 고효선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에게 질의하는 모습.(사진 = 서울특별시의회 영상회의록 캡처)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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