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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대우조선 결합, HD현대가 훼방"…HD현대 "공정위에 답한 게 문제?"

공정위 심사 지연에 한화-HD현대 신경전 번져

2023-04-11 17:35

조회수 : 6,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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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한화(000880)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합병(M&A) 작업이 총 경쟁당국 8곳 가운데 우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승인 문턱만 남았습니다. 다만, 예상보다 공정위의 심사가 지연되자 한화측과 HD현대(267250)측 간 신경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정위는 대우조선이 한화 품에 안길 경우 군용함(군함) 시장에서 발생될 독과점 우려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화는 대우조선의 경영 악화를 근거로 공정위의 신속한 결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어 최근 HD현대의 이의 제기가 '의도적인 결합 훼방'으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올린 모습입니다.
 
HD현대측은 "국내 방산업체로서의 정상적인 의견 제출"이며 "'발목 잡기'는 굉장히 부당한 표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한화가 공정위의 '조건 없는 승인' 결정을 받기 위해 역으로 여론전을 펼쳤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한화사옥. (사진=연합뉴스)
 
군함 시장 독점 문제…심사 길어지는 까닭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한화-대우조선 결합' 심사에 들어간 이후 현재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화-대우조선 결합은 총 기업결합 심사 경쟁당국 8곳 중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영국과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가 결합 승인을 내린 상태입니다. 현재 공정위 판단만 남은 상황이지만 심사기간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양사가 결합되면 군함 건조시장에서 경쟁사들의 입찰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신중히 보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용 레이더와 통신체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함정 추진과 무장 체계를 각각 제작해 대우조선이 그룹 수직 계열화가 되면 경쟁사들이 불리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산 시장의 특수성은 국가가 구매자이고 다수의 규제가 존재한다는 점"이라며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경쟁 제한 행위가 사전에 효과적으로 방지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 고민에 반론도 있었습니다. 방산시장 특성상 특정 업체가 독점 권한을 갖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입니다. 민간 시장과 달리 방산 사업은 정부가 주도해 무기체계, 부품 가격 등 방산 입찰 정보를 국방부 산하의 방위사업청(방사청)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사청도 전날 "(양사 결합이) 군함시장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용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장이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기업결합 심사는 1027건으로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1000건을 돌파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사청 '경쟁 제한 우려 없음' 의견에 '조건 없는 승인' 가능성도
 
당초 업계에선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경쟁사에 대한 차별 금지와 이를 담보하기 위한 외부 통제 장치 마련이 그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는 방사청 의견에 무(無)조건 승인 결정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탄력을 받아 공정위 심사 일정도 이달 안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기업결합에 있어 유리한 입장이 된 한화는 앞서 있던 HD현대와의 대립에 대해 태도를 전환했습니다. 더군다나 한화 내부에서도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한화 관계자는 "HD현대 측에서 매번 이의를 제기를 한 게 확인됐었다"며 "이의를 제기한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 지 공개는 안됐지만 트집을 잡을만한 건이 있었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네 차례 정도 HD현대가 이의 제기를 했다고 매체 보도를 통해서만 알고 있으며, 여러 매체에 보도된 내용(HD현대의 의도적 이의제기) 모두 한화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라며 "한화의 입장은 신속히 그룹 품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한 뒤 빠른 정상화가 목표"라고 정정했습니다. 이어 앞서 언론사들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수정 또는 삭제 요청을 했냐는 질문에 "일일히 대응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공정위의 빠른 승인을 위한 수단으로 HD현대를 앞세웠다는 의심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측의 주장이 '타 경쟁당국은 승인을 모두 냈는데 왜 국내만 안하냐'이다"라며 "타 국은 방산과 조선이 이종 업계니까 승인이 난 것이고 한화랑 대우조선은 방산 사업을 하고 있고 국가 세금으로 진행되는 방산업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랑 우리랑은 방산업 구조가 달라 공정위가 신중하게 하지않으면 그건 배임"이라며 "심사관인 공정위와 만만한 HD현대를 압박하는 게 이성을 잃은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11일 14시 국회 정론관 기자실에서 현중지부와 hj중공업지회 주최로 한화그룹에 인수되는 대우조선해양 방산 부문에 대한 공정거래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정부 전폭 지원에도 한화, '좌불안석'
 
노동계에서도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HJ중공업지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대우조선의 군함 분야 독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한화는 방산업 국내 1등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군사기밀에 속하는 소재와 부품을 생산하고, 공급 사업을 하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해 잠수함과 함정 분야를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면 '슈퍼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와 국회는 불공정 행위가 우려되는 부분을 법에 따라 대책을 마련해 타 방산 기업들이 어려움이 없도록 ‘조건부 승인’ 절차를 밟아줄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과 국회 등 여러 기관에서 한화-대우조선의 원활한 결합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화가 일을 그릇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HD현대가 대우조선 결합 심사에서도 공정위는 3년 넘게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한화가 4개월도 안됐는데 뭐가 그렇게 급한 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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