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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수익비상 보험사)③저금리 기조에 자산운용실적 급락 'RBC비율도 뚝뚝'

2013-08-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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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자산운용 수익의 악화로 보험사들의 시름이 깊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400조원이 넘는 보험사 자산운용 수익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지급여력비율에도 비상등이 켜져 보험사들은 서둘러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 지표인 위험기준자기자본비율(RBC비율)이 6월 기준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5월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인해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보유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전환했던 보험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삼성화재 등 높은 RBC비율을 유지하던 보험사들도 지난 3월에 비해 RBC비율이 23~66%포인트 급락했다. 특히 일부 손보사들의 RBC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200% 선에서 아래로 떨어져 서둘러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 RBC비율
RBC비율이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생겨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금감원은 최소 요건인 100%보다 높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이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권고, 50% 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 1% 미만이면 경영개선명령 등의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 2위 현대해상의 6월 말 기준 RBC비율은 189.6%로 지난 3월(207.2%)에 비해 17.6%포인트나 떨어졌다.
LIG손해보험도 같은기간 RBC비율이 166%수준으로 전 분기대비 12%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173.6%에서 올해 3월 183.1%로 RBC비율이 상승했던 메리츠화재는 6월 말 기준 170.4%로 13.1%포인트가 내려갔다.
 
대형 5개사 가운데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는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200% 이상을 웃돌고 있지만 지난 3월 이후 RBC비율이 각각 33.6%포인트, 23.2%포인트나 떨어졌다. 농협손보 또한 RBC비율이 280.9%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3월에 비하면 65.9%나 급락했다
 
한화손보는 3월 155.2%에서 6월엔 147.1%로 떨어졌고 롯데손보는 22.6%포인트 하락한 163.9%를 기록했다. 하이카다이렉트도 135.6%로 3월보다 4.6%포인트 낮아졌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이유는 지난 6월 채권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의 평가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 이전 보험사들은 추가적인 금리하락을 예상하고 보유채권을 만기보유에서 시가로 평가되는 매도가능으로 바꿔 평가손이 커졌다.
 
만기보유증권은 만기수익률을, 매도가능증권은 유통수익률을 기준으로 손익에 반영되는데,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하면서 매도가능증권 계정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이에따라 RBC비율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은 잇달아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화손보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3월 말 RBC 비율이 155.2%로 떨어진 한화손보는 이번 증자를 통해 RBC비율이 19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됐던 KB생명도 2000억원대 미만 규모로 유상증자를 재추진한다. KB생명은 지난 3월 RBC 비율이 160.2%까지 떨어지면서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의 RBC비율 하락은 채권금리 상승으로 매도가능 증권 평가손이 발생한 이유가 가장 큰데 금리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RBC비율을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면서 "그나마 대형사들은 자금여력이 있어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들이 무리하게 자본확충을 실사하다보면 마케팅 여력까지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보업계는 향후 즉시연금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보사들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비과세 폐지 문제로 가입자 폭증현상이 일어나 수입보험료는 대폭 늘어났지만 수익은 오히려 줄고 있는 상황이다. 가입한 다음달부터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즉시연금의 특성상 책임준비금 전입액이 높아 실제 수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FY2012(2012년 4월~2013년 3월) 생보업계가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 115조3086억원으로 전년대비 26조7207억원, 30.2%가 증가했다. 이중 저축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조원 가량으로, 증가한 보험료의 90% 이상이 즉시연금 가입 폭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매출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준비금 전입액의 증가로 인해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최근 지속되는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투자영업이 아닌 보험영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축성상품에서 보장성상품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장성상품의 수익성이 저축성상품의 수익성보다 높아 저금리에 대응하려면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보장성상품은 저축성상품에 비해 보험위험 등 더 많은 위험을 인수하는 상품이어서, 판매와 인수에서도 보다 많은 인프라가 필요한 상품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저금리 대응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준비금적립이율에 대한 유연한 조정이 가능해야 하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보장성상품으로의 정책적 유인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저금리 시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보험사의 해외지원을 적극 지원하기로 헀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국내 금융사의 국제화 정도는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보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하루빨리 해외로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해외자산 운영비중 및 현지화 수준 등에 대한 권고기준을 마련하고 진출대상 국가 정보를 지속적 제공하며 해외진출 감독업무 프로세스 간소화 및 해외감독당국과의 네트워크 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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