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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철강, 전기료 인상에 '암담'.."쥐어짤 게 없다"

생산량 감소 막기 위해 조업 스케줄 조정에 매진..끝없는 한숨

2013-11-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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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더 이상 원가절감을 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기료 인상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고, 지금은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장별 조업 스케줄을 조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전기료 인상 소식에 그야말로 충격이다.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지만, 예상보다 높은 인상률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철강업은 국내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전력 사용 업종이다. 전기료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25% 정도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에 수익 규모가 달라질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철강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3분기 적자를 기록하거나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한 철강사들도 전기 요금 인상분이 적용될 경우 내년에는 대부분 적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올 3분기 국내 철강 4사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포스코(005490)가 무려 38.0%, 현대제철(004020)이 29.3% 하락했고, 동부제철(016380)은 적자가 이어졌다. 동국제강(001230)만 영업이익 3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총 13기의 전기로를 운용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8718억원)에 필적하는 8000억원 가량을 전기료로 납부했다. 내년에는 500억원 가량이 추가로 더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과 포항 등 총 3기의 전기로를 보유하고 있는 동국제강은 지난해 2000여억원을, 충남 당진공장에 전기로 2기를 보유하고 동부제철은 1800억원 정도를 납부했다. 동국제강과 동부제철은 내년에 각각 170억원, 10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로 비중이 높은 포스코(005490)도 지난해 전기료로 6000여억원을 납부했다. 고로 방식의 특성 상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등을 이용해 전체 전기 사용량의 70% 정도를 자가 생산할 수 있지만 내년에도 400억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협회에서는 전기요금이 1% 오를 때마다 철강업계 전체적으로 42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며, 19일 정부 발표대로 6.4% 인상 시 내년 전기료 인상분만 약 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과 제조원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정부의 전기료 인상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될 위기에 처했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
 
이번 전기료 인상 방침에 철강사들은 최대한 원가절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다 줄인 상태라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프로세스 효율화 등 원가절감을 위해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시행하고 있다"며 "전기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신 설비를 도입하거나 자체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걸려 현재로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동국제강의 경우 지난 2010년 기존 전기로 대비 30% 가량 에너지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에코아크(eco-arc) 전기로 1기를 도입하는데 2800억원의 비용과 3년이라는 시간이 소모됐다.
 
특히 산업용 전기료 6.4% 인상과 더불어 하계기간이 기존 7~8월에서 6~8월로 한 달 늘어난 데다, 하계와 춘·추계 피크타임이 기존 5시간에서 6시간으로 증가한 점도 철강사들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미 대부분의 전기로 철강사들은 지난 7~8월 정부의 절전정책에 참여하면서 생산량 감소 등을 경험한 바 있다.
 
이에 철강업계는 생산량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피크타임을 피해 조업할 수 있도록 공장별 조업 스케줄을 분석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수준이므로 생산량 감소라도 막아보자는 생각에서다.
 
한 번 화입을 하면 수십년을 사용하는 고로에 비해 전기로는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조업이 가능해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전기요금을 올려도 전력수요를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구조"라며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사의 경우 이미 가장 효율적인 생산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철강사의 철강제품 톤당 에너지원 단위를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국내가 100이라면 일본은 104, 캐나다는 124 수준"이라며 "앞으로 전기료 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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